‘명동 사채왕’에게 금품받은 혐의 현직판사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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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채업자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수도권 법원에 재직 중인 최모 판사(43)를 긴급 체포했다. 현직 판사가 범죄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이며, 법조 비리 혐의로 법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건 2006년 구속된 조관행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후 8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17,18일 이틀간 최 판사를 소환해 조사한 뒤 체포했으며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 판사는 ‘명동 사채왕’ 최모 씨(61·구속)에게서 2009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전세자금과 주식 투자금 명목 등으로 6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최 판사는 최 씨에게서 A 검사에게 사건 무마를 부탁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도 받은 것으로 검찰을 파악했다. A 검사는 최 판사와 대학 동문이자 사법원수원 동기다. 검찰은 최 씨가 애초 A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하기 위해 자신과 동향인 최 판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판사는 2008년 검사에서 판사로 전직하기 전 작은아버지에게서 최 씨를 소개받았다. 당시 최 씨는 도박 방조, 공갈,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다시 마약 관련 혐의로 최 씨에 대한 추가 수사가 시작됐고 A 검사가 다른 검사에게서 이 사건을 넘겨받았다. A 검사는 최 씨를 불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A 검사의 사건 처리에 문제가 없고 금품이 건너갔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그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고 사실 확인서만 받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사건 관계자는 “마약 관련 혐의는 구속수사가 원칙인데 불구속한 것 자체가 의혹이다. 일반인이라면 과연 확인서 하나로 끝냈겠나”라고 반문했다.

대법원은 이날 “사건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경위서와 계좌를 제출받아 세 차례 조사를 했지만 강제 수사할 방법이 없어 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판사는 검찰 소환 이틀째인 19일 사표를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수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수사 편의를 제공하고 최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관 3, 4명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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