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담배회사들 ‘200원 혈투’…손해 감수 출혈경쟁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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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담배 회사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이 불붙었다.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JTI코리아 등은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싼 담배를 내놓거나 경쟁사 담배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등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격 경쟁을 촉발한 곳은 BAT코리아다. 국내 담배시장 3위 사업자인 BAT코리아는 지난해 2700원이던 주력 상품 ‘던힐’을 13일부터 1800원 인상한 4500원에 팔고 있다. 4위 사업자인 JTI코리아 역시 주력 상품인 ‘메비우스’ 가격을 4500원으로 정했다. 앞서 담배값을 2000원씩 올린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보다 인상폭을 200원 줄였다.

두 회사는 ‘출혈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보그’(BAT코리아·3500원), ‘카멜’(JTI코리아·4000원)는 세금(약 3300원)과 제조원가, 유통마진을 빼면 팔수록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두 회사의 공세에 2위 사업자인 한국필리모리스는 이달 초 4700원으로 인상했던 ‘말버러’와 ‘팔리아멘트’ 가격을 200원 내렸다.

담뱃값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200원 차이가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인상 전 16.4%였던 BAT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인상 직후 13.3%로 떨어진 뒤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당시 8%대에 근접했던 JTI코리아의 시장 점유율도 현재 6%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국면에서는 초기 가격에 따라 향후 시장 점유율이 결정된다”며 “당장 손해를 볼지라도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에 담배를 내놓으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값싼 담배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선 싼 담배로 흡연자들의 입맛을 길들인 뒤 담뱃값을 다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년 만에 재현된 ‘200원 혈투’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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