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18년 옥살이… 시효 두 달 넘겨 56억 못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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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진도간첩단 사건 피해 가족들… 형사보상 확정 8개월 뒤 손배訴
대법, 정부의 시효소멸 주장 수용… 1차 진도사건 피해자엔 51억 배상

‘가족 간첩단’으로 몰려 무고한 옥살이를 했던 일가족이 소송을 늦게 내는 바람에 국가로부터 56억 원이나 되는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차 진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 박동운 씨(70)와 가족 26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정부가 총 5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2차 진도 간첩단 사건’은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가 6·25전쟁 때 행방불명된 동운 씨 아버지 박영준 씨를 남파간첩으로 몰아 고문 끝에 박 씨 가족이 고정간첩단이라는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사건이다. 아들 동운 씨는 1심에서 사형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동운 씨는 1981년 체포돼 1998년 8·15 특사로 석방될 때까지 18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다른 가족 7명도 옥고를 치렀다.

동운 씨는 2009년 서울고법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2010년 9월 형사 보상이 확정돼 11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어 8개월여 뒤인 2011년 5월 동운 씨 등 가족 27명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 2심에서 동운 씨에게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 등을 제외한 위자료 1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동운 씨 가족 27명에 대한 배상 총액은 56억 원이나 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 씨 가족의 소송 제기가 늦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2013년 12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과거사 문제로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지 6개월 내에 소송을 내야 하고, 그 기간 안에 형사 보상을 먼저 청구하면 보상 결정이 확정되고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동운 씨 가족은 형사 보상 결정이 확정된 지 8개월 만에 소송을 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앞서 1980년 1차 진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인 고 김정인 씨 유가족은 유사한 소송을 내 배상금을 받은 바 있다. 김 씨 부인 등 유족 9명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정부가 위자료 5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 유족은 2011년 2월 재심에서 무죄 확정을 받고 한 달 후 형사 보상을 청구했다. 그해 9월 형사 보상이 결정되자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이듬해 2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간첩조작 옥살이#손해배상금#2차 진도 간첩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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