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月 16만원이 탐나… 치졸한 금융기관 이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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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 부친 명의로 기초연금 받아… 2014년 7월부터 6차례 총 96만원
區의원에 적발되자 주민등록 말소… 기초연금 부당수령, 2만건 18억 ‘줄줄’

행방불명된 아버지 명의로 기초연금을 챙긴 ‘치졸한 지역 유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강동구의 한 제2금융기관 이사장 김모 씨(62)가 부친 명의로 기초연금을 받아 유용했다는 투서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본보 취재 결과 해당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주소지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 가족은 1922년생인 부친 명의로 지난해 7∼12월 기초연금을 매달 16만 원씩 수령했다. 기초연금은 위임장이 있으면 가족이 대리 신청할 수 있고, 사유가 있으면 가족 명의의 통장으로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어머니 통장으로 기초연금을 수령했다.

강동구의회 신무연 구의원은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이를 적발했다. 주민센터는 김 씨 부친이 가족과 함께 살지 않으며 소재도 불분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김 씨 측은 지난달 주민센터에 찾아와 부친의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하지만 지난달 치 기초연금은 수령했다. 기초연금은 매달 25일 지급되며, 그달 1일에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사망해도 그달 치 금액은 지급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주민센터 측은 김 씨가 부친 명의로 수령한 기초연금 96만 원을 환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록 행적이 불분명하더라도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아 연금이 지급된 것이라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함께 살지 않은 기간에 연금을 받은 건 부당수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당수급이면 환수 대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7월 도입한 기초연금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돕기 위한 것으로,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의 수급 대상 기준을 조정하고 지급 금액을 늘린 것이다. 만 65세 이상이고 주민등록이 돼 있는 한국인 어르신 중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인 사람들이 대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12월 기초연금 부당수급으로 적발된 건수는 2만1739건, 금액은 총 18억2161만여 원이다. 이 중 1만7994건, 12억4126만여 원이 환수됐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부당수급을 정기 조사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시행하면서 부당수급은 이자까지 붙여 환수한다고도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중앙부처에서 지자체를 평가할 때 기초연금 부당수급 환수율도 반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부당수급자 중 대다수는 실수로 소득재산 변경을 누락하거나 사망자를 조금 늦게 신고한 경우다. 정기조사 때 무작위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모두 걸러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기초연금#기초연금 부당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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