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술 마시면 지상보다 더 빨리 취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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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내 건강관리 이렇게

비행기 안은 습도가 20% 정도로 매우 건조하다.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DB
비행기 안은 습도가 20% 정도로 매우 건조하다.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DB
최근 가수 바비킴이 술에 취해 비행기 내에서 소란을 피운 사건을 계기로 음주 등 기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내에서 술을 마시면 지상에서보다 더 빨리 취한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행 중인 비행기 안은 저기압, 저산소 상태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숙취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난다.

미국 항공안전국의 규정에 따르면 비행기는 이륙 뒤 약 8000ft(약 2440m) 상공의 기압으로 기내 기압을 낮춰야 한다. 기압을 낮추지 않으면 외부와의 압력차 때문에 파열될 우려가 있어 기체를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내 공기 압력이 떨어지는 만큼 산소 농도도 떨어진다. 해발 2400m에서의 기압과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75% 정도다. 미국 육군에서 발간한 ‘고산에서의 행동교본’에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술을 마시면 고산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음주를 피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술 냄새가 나는 승객은 음주 측정 뒤 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순배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오랜 비행 도중 식욕이 없어지거나 부종이 생기는 것은 저기압과 저산소에 따른 증상일 수 있다”며 “기내에서는 더 빨리 취하고 숙취가 심하기 때문에 평소 주량보다 훨씬 적게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내에서는 술보다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는 게 좋다. 기내 습도가 20%로 매우 건조하기 때문이다. 기내 습도를 높이면 에어컨 내부 부품이 녹슬거나 배관이 막혀 버리기 때문에 일부러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평소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은 렌즈 때문에 안구가 더 건조해지기 때문에 안경을 끼는 것이 좋다. 맥주를 마시면 이뇨작용으로 갈증이 더 심해진다. 또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량도 평소보다 줄이는 게 좋다.

건조하면 천식이 악화되고 혈압이 상승한다. 천식,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약통을 손가방에 넣는 습관이 필요하다. 약을 갖고 다니다가도 탑승할 때 약통을 짐칸에 넣어 약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심혈관 질환자도 기내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압이 낮아지면 체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가 줄어든다. 또 장기 등 체내 빈 공간에 가스가 팽창한다. 비행기를 타면 소화가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근경색이 생긴 지 10일 이내거나 심장, 뇌, 폐, 복부를 수술한 지 9일 이내, 뇌중풍(뇌졸중)이 생긴 지 4일 이내인 환자는 항공전문의사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최윤영 항공의료센터 건강관리그룹장(간호사)은 “항공기 내에서는 기압이 낮아 몸이 부을 수 있기 때문에 꽉 끼는 신발이나 옷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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