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이종운 감독 “‘깐깐한 롯데’ 팀 컬러 변신…올해 목표는 우승입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19일 06시 40분


롯데 이종운 감독이 부산 광안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감독으로 깜짝 발탁된 뒷이야기부터 앞으로 롯데의 미래 등에 대해 속 시원히 털어놓고 있다. 이 감독은 “롯데를 상대가 까다롭게 느껴지는 팀으로 만들겠다”며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부산|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롯데 이종운 감독이 부산 광안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감독으로 깜짝 발탁된 뒷이야기부터 앞으로 롯데의 미래 등에 대해 속 시원히 털어놓고 있다. 이 감독은 “롯데를 상대가 까다롭게 느껴지는 팀으로 만들겠다”며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부산|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

10. 롯데 이종운 감독 <끝>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마지막 열 번째 주인공은 롯데의 새 사령탑 이종운(49) 감독이다.

프런트·코치진 물갈이…이제 누구 탓도 못해
4번도 상황에 따라 번트대는 까다로운 팀으로

유니폼 입는 순간, 롯데의 일원임을 인식해야
팀보다 자신이 먼저인 코치와 일하지 않을 것

성적·진학 모두 책임져야 하는 고교감독 시절
학부모 마찰 불가피…‘비리 감독’ 루머 아쉬움

롯데 이종운(49) 감독은 센스가 넘쳤다. 인터뷰 장소부터 깜짝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인터뷰 장소를 야구장이 아닌 다른 장소로 잡았다. “친한 친구가 광안리(부산)에서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 앉아만 있어도 가슴이 확 트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음식점이나 카페이겠구나’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설렘을 안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인터뷰는 예정과 달리 부산역부터 시작됐다. 이 감독은 “어차피 집에서 광안리로 가려면 부산역을 지나간다”는 전화를 도착 직전에 줬다.

차에 동승해 인사말을 나누다가 야구를 하는 이 감독 아들(이정윤·고려대 4학년)의 안부를 물었다. 이 감독은 차분히 말했다. “이제 4학년인데 잘 마무리해서 프로 팀에 꼭 지명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롯데는 안 되지만…” 속으로 ‘스카우트 팀이 지명하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 슬쩍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텐데, 감독이 됐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구나. 아들 취업문이 좁아지니…’라고 생각했다.

차가 도착한 장소는 ‘퍼즈(PAUSE)’라는 간판을 단 아담한 건물이었다. ‘뭐 하는 곳일까’ 갸웃하며 들어서니 게스트하우스였다. 의외였다. 호텔이나 큰 카페를 생각했던 사진기자는 잠시 당혹해했지만 “경치 정말 좋다”며 한 눈에 바라보이는 큰 바다를 바라 봤다.

-2013년까지 무려 11년이나 고등학교(경남고) 감독을 했습니다. 프로를 떠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코치로 돌아와 1년여 만에 감독이 됐습니다.

“프로에 오랜 시간 없었기 때문에 절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11년의 시간은 제게 큰 자산입니다. 제 모교이기도 한 경남고는 야구 명문으로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큰 학교입니다. 항상 우승이 목표인 팀이었습니다. 감독부터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4강이 최종 목표인 것과 우승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담고 있는 것에는 팀 전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롯데 감독이 된 지금도 그 점을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야구뿐 아니라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에서 11년이나 감독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장기집권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이 감독은 롯데 사령탑에 오른 후 인터넷상에서 ‘비리 감독’이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다른 종목이지만 고교 대회에서 학부형과 감독이 드잡이 하는 장면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우승을 노린 감독이 더 실력이 뛰어난 2학년 선수를 기용하면서 후보로 밀린 3학년 학부형과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더군요.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솔직히 그게 현실입니다. 고교 감독은 성적과 진학 모두를 책임져야 합니다. 성적은 좋은데 진학에 실패하면 정말 괴롭습니다. 진학은 잘 됐는데 성적이 나쁜 해는 당장 감독 자리가 흔들흔들 합니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게도 좋은 학부형들 많이 만났지만 아이가 경기 중에 덕아웃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제가 밉겠습니까. 그래서 선수기용을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흠이 잡히면 자리를 지킬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진학을 앞둔 시기는 매우 예민해집니다. 섭섭함을 느낀 사람이 왜 없겠습니까. 적도 생기고 했겠지요. 그 속에서 1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큰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화가 재단을 운영하는 북일고가 있지만 프로에 고교지도자 출신이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한 번 고등학교 감독으로 가면 프로는 끝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많은 고교 감독 분들이 ‘이 감독 네가 잘해야 한다. 고교 감독도 프로에서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며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롯데에 몇 남지 않은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입니다(1992시즌 이 감독은 타율 0.314, 21도루에 3루타 14개로 활약했다. 10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 중 전성기였고 팀도 우승했다). 1992년 롯데와 2014년 롯데에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팀에 대한 자부심에서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지금도 갖고 있겠지만 그때는 롯데 선수라는 자긍심이 대단했습니다. 그 프라이드가 성적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1992년엔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데 집중했고 많은 힘이 모여 우승까지 했습니다.”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코치였지만 한 마디 한 적이 있습니다. ‘이왕 상대방에게 인사하는 거 좀 더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었습니다. 예의바른 프로가 훨씬 멋있어 보입니다. 특히 적어도 유니폼 갈아입고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시작한 이후부터 경기가 끝나고 다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는 고액연봉을 받든, 슈퍼스타이든, 주전이든, 백업이든, 고참이든, 신인이든 티가 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모두가 똑 같은 팀원입니다.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후배 모두 서로 예의를 지키며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진짜 프로입니다. 특히 야구는 개인운동이 아닌 단체운동입니다. 타격 결과는 개인기록으로 남지만 타석에 서는 것 자체, 마운드에서 오르는 것 자체가 팀의 대표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전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감독 이종운의 색깔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팬들 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상대가 ‘뭐 뻔하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치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라도 누구나 벤치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상대 편 덕아웃과 선수들 모두 머릿속이 복잡해야 합니다. ‘이 팀은 4번 타자도 온갖 작전이 나올 수 있어’라는 것과 ‘4번이니까 무조건 강공이겠지’는 다릅니다. 4번도 컨디션이 나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작전 쪽으로 가서 경제적인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까다롭게 느끼는 팀, 그리고 우리는 많은 준비가 되어있는 팀 그런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사실 최악의 상황에서 감독을 맡았습니다. 올 시즌 롯데를 최하위 후보로 꼽는 시각도 많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구단 대표이사와 단장, 운영팀장까지 프런트 핵심인사들이 모두 물러났습니다. 감독이 교체됐고 코칭스태프에도 큰 변화가 왔습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오히려 전지훈련과 올 시즌 개막전이 손꼽아 기다려지고 흥분됩니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핑계가 없습니다. 야구는 이겨야 합니다. 제 목표는 올 시즌 우승입니다.”

-우승이요?

“예, 제가 이렇게 우승이 목표라고 말하면 많이들 크게 웃더군요.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감독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큽니다. 구단은 성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리빌딩의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팀 재건도 더 많은 승리 속에 이뤄져야 합니다. 이기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은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기본적인 기대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올 시즌 선발진이 가장 걱정이지만 오히려 새 얼굴을 찾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난해 롯데를 보면 선수단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팀워크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구단에게 팀이 먼저가 아닌 자신이 앞서는 이기적인 코치와는 절대 함께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코치가 선수들에게는 칭찬쟁이, 감독에게는 예스맨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요즘 선수들은 뒷짐 지고 지시만하는 코치들을 절대 따르지 않습니다.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코치들과 힘을 모으겠습니다.”

이 감독은 대부분의 신인 감독들이 그러했듯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았지만 매우 긍정적이었고 의욕적이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수년간 누군가에게 시작돼 롯데 전체를 옭아맸던 ‘무조건 우승’이라는 강요는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부담은 그만큼 줄었다. 그러나 팀 전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이 감독은 롯데를 어떻게 끌어갈까. 멀리 광활한 광안리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파도를 뚫고 달리는 배를 보며 이 감독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 롯데 이종운 감독은?

▲생년월일=1966년 4월 6일
▲출신교=감천초∼대신중∼경남고∼동아대
▲프로선수 경력=1989년 롯데 2차 2순위 입단, 1998년 한화 이적, 1998년 현역 은퇴(통산 성적 10시즌 739경기 2132타수 580안타 타율 0.272 9홈런 212타점 98도루
▲지도자 경력=2001∼2002 롯데 코치, 2003∼2013 경남고 감독(아시아 청소년선수권, 세계 청소년선수권 야구대회 감독 역임), 2014 롯데 코치

부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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