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상임금 입법의 시급성 일깨운 현대차 1심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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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정기상여금이라고 모두 통상임금은 아니다”는 판결로 사실상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상여금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2개월 중 15일 미만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선 지급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에 따라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사측과 재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기상여금은 무조건 통상임금’이라는 노동계 일각의 기존 인식을 깬 사례여서 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나 휴일수당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이어서 전국적으로 300여 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될 만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2013년 대법원은 “상여금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현대차처럼 주로 쟁점이 되는 ‘고정성’은 어떤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되도록 확정돼 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안별 판사별로 다른 판결이 나와 산업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이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해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건건이 재판으로 통상임금을 정해야 한다면 산업 현장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국회가 하루빨리 관련법을 정비해 혼선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먼저”라며 법제화를 미루고 있고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문제에 붙들려 손도 못 대는 상황이다. 정부는 손놓고 있고 판결은 오락가락하는 사이,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노사 갈등이 격해질까 걱정이다.

LG전자와 삼성 일부 계열사는 지난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되 당분간 급여를 동결하고 소급분을 포기하는 식의 노사 화합을 이끌어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타협, 기본급에 수당을 덕지덕지 붙여온 기존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의 선진 임금체계로 바꾸는 ‘임금 개혁’이 절실하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노조#통상임금#소송#정기상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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