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종교적 신성과 표현의 자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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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당시의 유대인들이 예수의 처형을 요구한 이유는 신성모독이었다. 성경에 따르면 분노한 군중이 예수를 대제사장 앞으로 데려왔다. 대제사장이 예수에게 물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가.” 예수가 대답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인자(人子)가 전능하신 자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그러자 대제사장은 자기 옷을 찢으며 말했다. “이 사람이 하나님을 모독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마호메트) 만평은 이슬람권에서 신성모독으로 여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사람의 종교를 조롱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잔인한 종교전쟁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서로 다른 믿음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종교가 다른 종교를 조롱한 것이 아니라 세속 언론이 종교를 풍자한 것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가톨릭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 교황도 종교인이라 타 종교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는 듯하다.

▷근대 문화는 하나의 신성에서 다른 신성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어떤 신성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싹텄다. 종교의 자유에서 사상의 자유가 나오고 표현의 자유가 나왔다. 예수도 무함마드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정신이 근대 언론의 기반이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데 연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의 정신이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어느 사회든 사람을 죽이라고 선동하는 발언을 놔두지 않는다. 또 각 나라의 역사적 경험에 따른 한계도 있다. 서유럽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발언은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북한 체제를 찬양 고무하는 발언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적 신성과 관련해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근대 문화는 신성모독적이다. 비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종교적 신성이 생기는 순간 다시 전근대로 돌아갈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샤를리 에브도#만평#표현의 자유#무함마드#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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