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둘러싼 통상임금 갈등에… ‘고정성’ 기준 명확히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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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통상임금 판결]
‘15일 근무조건’ 없이 상여 지급한 옛 현대차써비스만 통상임금 인정
使측 부담액 3兆→100억 이내로… 현대차 임금체계 개편 속도낼듯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선 ‘15일 미만’ 조항이 희비를 갈랐다.

현대차와 옛 현대정공 출신들이 적용받는 ‘상여금 지급 시행 세칙’에는 ‘상여금 지급 기준 기간(2개월) 중 15일 미만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현대차 직원이라고 모두 상여금을 받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법원은 이 조항을 두고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반면 같은 현대차 직원이라도 옛 현대자동차써비스 출신 직원들의 상여금 세칙에는 ‘15일 미만’ 조항이 없다. 이에 재판부는 “사측에서 상여금을 일할(日割) 계산(근무일에 맞춰 급여를 주는 것)된 형태로 지급했다”며 고정성을 인정했다.

이로써 소송을 냈던 23명 가운데 현대차써비스 정비직 출신 2명만 3년 치 소급분을 각각 389만 원, 22만 원 받게 됐다. 소송에 참여한 현대차써비스 직원 5명 모두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에 따라 소급분 수령 대상에 해당되지만 영업직 출신 2명과 시설관리직 출신 1명은 특근과 잔업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소급분을 받지 못했다. 또 5명이 소급분으로 총 8000여만 원을 요구한 것과 달리 재판부는 2명에게 5% 수준인 411만7772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될 경우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소급분이 50억∼1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100억 원이라고 해도 소송에서 질 경우 노조원에게 줘야 할 3조1677억 원(예상액)의 3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판결로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에서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 노사 각 29명이 참여한 개선위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수당체계 단순화 방안 등을 3월 말까지 결론짓기로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현대차 직원 일부에게만 통상임금이 확대된 만큼 직원들의 근로 형평성이 떨어졌다”며 “형평성을 맞추려면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정성 기준은 꽤 명확해졌지만 기업마다 상여금 규정이 달라 혼란이 예상된다. 일례로 통상임금 1심을 진행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에는 ‘15일 미만’ 조항이 없다. 현대모비스에는 현대·기아차, 카스코, 오토넷 등 출신 직원들이 섞여 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소송을 진행하는 기업 가운데 ‘15일 미만’ 조항과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한다’ 등의 제한 조항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혼재돼 있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한 조항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통상임금 소송이 물밀 듯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통상임금 ::

회사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기본급과 직책·직무수당 등이 포함된다. 연장근로나 휴일수당, 퇴직금의 기준이 된다.

강유현 yhkang@donga.com·신나리 기자
#통상임금#상여금 고정성#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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