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임기중 경험 살려 세상속으로… 왕성한 프레지던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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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 중 상당수는 퇴임 후에도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현직 때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도 있다. 현직 시절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퇴임 이후 사장(死藏)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퇴임 후 오히려 주목받은 지미 카터

미국 전직 대통령 중 퇴임 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은 단연 지미 카터 전 대통령(1977∼1981년 재임). 워싱턴 정가에는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으로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21년 전인 1994년 북한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성사시키며 1차 북핵 위기를 풀어 낸 주역이다.

‘인권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던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잇따라 ‘외교 참패’를 맛보면서 단임 대통령에 머물렀다. 하지만 퇴임 후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세운 그는 중동 북한 등 세계 분쟁 지역에서 해결사 노릇을 자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세계 각 지역의 분쟁 종식, 민주주의 실천, 인권 보호, 질병 및 기아 퇴치 등을 목적으로 각계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카터 센터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각국의 인권 상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국보법을 적용한 것은 유감”이라는 성명을 내 ‘내정간섭’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절친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리더십 연구 나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을 대표하는 1946년생 동갑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엔 ‘대통령 리더십 연구(Presidential Leadership Scholars·PLS)’ 프로그램을 직접 발족시켰다. PLS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주관하는 본격적인 대통령 리더십 연구 프로그램.

부시 전 대통령은 PLS 프로그램에 대해 지난해 9월 발족식에서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것은 정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에 정치학 연구자는 물론이고 군인 사업가 등 다양한 사람이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PLS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클린턴 가문의 정치 기반 조직의 성격도 강하다.

각종 재단과 협회 세우는 유럽 전직 정상들

유럽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들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국제 봉사 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1995∼2007년 재임)은 퇴임 후 2008년 6월에 ‘시라크 재단’을 만들어 △국제분쟁 예방 △보건의료 지원 △문화 다양성 보전 등에 매진하고 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1974∼1981년 재임)은 퇴임 후 한동안 국내외 문제에 관여하지 않다가 2002∼2003년 ‘유럽 미래 대표자회의’ 의장을 맡아 유럽연합(EU) 헌법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여러 명의 전직 대통령이 모이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 원로 정치인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가 대표적. 카터 전 대통령,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그로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등이 중심이 돼 2007년 결성됐다. 지중해의 섬나라인 키프로스 분쟁 중재가 대표적 업적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지미 카터#클린턴#부시#유럽 전직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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