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같다” 떨어진 음식 종업원 먹이려하고, ‘식당 고객 갑질’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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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손님의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갑(甲)질’ 동영상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8일 오전 3시 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삽겹살 집. 종업원 A 씨(20)가 주방에서 요리된 볶음밥을 삼겹살 구이용 철판에다 펼쳐놓자 손님 3명이 낄낄거리면서 웃는다. 잠시 후 이들 가운데 정모 씨(31)가 벌떡 일어나 철판을 뒤집어 엎었다. 식탁과 바닥에 볶음밥이 흩어지면서 식당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 종업원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테이블 담당자인 A 씨를 불렀다. A 씨가 식탁으로 오자 정 씨는 “개밥 같다. 내가 개냐?”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볶음밥을 다시 집어 A 씨의 입에 들이대고 먹이려 했다. 이어 A 씨의 뺨을 툭툭 치기도 하고 물수건과 반찬 등을 뿌리거나 던지기도 했다. 종업원들이 찾아와 죄송하다고 극구 말렸지만 난동은 20분 동안 계속됐다. 난동은 정 씨가 주도했지만 같은 회사 동료인 나머지 2명의 동행자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정 씨 등이 전혀 이런 행동을 그만 둘 기미가 없자 식당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정 씨 등은 휴대전화를 취급하는 회사원들로 전날 저녁 퇴근 후 2, 3곳의 술집을 돌아다니며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뒤 새벽녘 이 식당에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진단서(전치 10일)를 첨부함에 따라 정 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진단서가 첨부됐고 그 상해 과정을 담은 동영상도 있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경찰에서 “종업원 A 씨가 불친절 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술이 만취한 나머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A 씨는 주 3, 4일 저녁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12시간 씩 밤을 새우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지난해 3월부터 해왔다. “1년 가까이 일해 왔지만 이런 모멸적인 일은 처음이에요. 행패를 당하는 동안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을 당하나’하고 정신이 멍했습니다. 하지만 가게에 누가 될까봐 격렬하게 저항할 순 없었죠.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났는데 가슴이 답답했어요. 그 충격으로 1주일 정도 일도 하지 못했죠.”

A 씨는 “요즘 사회적으로 ‘갑질’이 많이 알려지고 그에 대한 비난도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그런 일을 당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 놓고 서로 이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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