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메이저리그 행을 가능하게 해준 건 ‘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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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스포츠 격언 가운데 하나가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Numbers never lie)’는 말이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는 기자 패널이 출연해서 기록으로 분석하는 ‘Numbers never li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16일 신체검사를 받고 피츠버그의 공식 계약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행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눈부신 기록이다. 유격수로 타율 0.356(3위) 홈런 40(2위) 타점 117개(3위) 득점 103(5위)은 메이저리그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시즌 MVP감이다. 미국에서 봤을 때 한 단계 아래인 국내 프로야구에서 작성된 기록이지만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 내야수로 손색이 없다는 계산이 섰을 법하다. 피츠버그의 포스팅금액이 예상을 상회하는 500만2015달러인 점에서도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 출신들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기록을 세워야 한다. SK 김광현과 기아 양현종의 기록이 2년 전 한화 류현진급이었다면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트랙 레코드’라고 한다. 전문가적으로 세분화된 게 아니고 단박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라는 의미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왼손이라는 이점은 갖고 있으나 앞서 진출한 류현진에 비해 기록이 현저히 처진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중요하게 보는 삼진과 볼넷 비율은 스카우트의 눈길을 끌 수 없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 오기 전 2012년 삼진 210 볼넷 46개로 4.56 대 1이다. 2014년 김광현은 삼진 145 볼넷 81로 1.79 대 1이었고, 영현종은 165개와 77개로 2.14 대 1이었다.

강정호는 2008년 풀타임 선수가 된 후 지난 7년 동안 타율 3할을 3차례 작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눈여겨보는 통산 출루율이 0.383이다. 추신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 거액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높은 출루율이었다. FA가 되기 전 2013년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면서 출루율은 무려 0.423이었다. 올해 다소 부진했어도 메이저리그 통산 출루율은 0.383이다. 강정호와 통산 출루율 기록은 같다. 더구나 강정호는 유격수로서 2009년부터 올 시즌 40개를 포함해 20개 이상의 홈런을 4차례나 기록했다. 비록 넥센의 목동구장이 작은 편이기는 해도 구장이 크고 작고를 떠나 홈런은 파워와 컨택트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사실 국내에서 이런 화려한 기록을 작성해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무대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내 최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류현진이 입증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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