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유기되는 반려동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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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또 낚이고 말았다. 출근길에 이러면 안 되는데…. 살살 눈웃음 지으며 앙증맞은 엉덩이를 실룩샐룩 꼬리까지 치니 안 넘어가면 목석이다. 다가가면 살짝 피하고 잡으려 하면 또 저만치 가면서 튕긴다고 내가 혹시 삐지지 않을까 눈치 보는 뽀롱이는 ‘나 잡아 봐라’의 고수다. 달콤한, 그리고 힘깨나 써야 하는 ‘밀당’이 시작된다. 장난감을 물고 와 줄다리기 하잔다. 유기견이 될 뻔했다가 우리 집에 입양된 지 2년 된, 꽤 귀엽고 매력적인 파피용 강아지 얘기다.

▷병아리, 햄스터, 거북이, 앵무새, 열대어…. 아이들이 데려왔던 애완동물이 꽤 된다. 어쩌다 보니 하얀 생쥐 같은 햄스터를 목욕시키는 게 내 일이 됐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 아기 다루듯 씻기고 드라이어로 털을 말리면서 “아이고, 내 팔자야” 했다. 강아지는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해 차원이 다르다. 외출해도 혼자 집 지키는 게 걱정돼 발걸음이 빨라진다. 식사 때 자기도 나눠달라고 보채는 걸 보면 식구(食口)가 맞다. 그런데, 얘, 나를 자기와 비슷한 서열로 안다. 넘버 포나 파이브쯤.

▷보 오바마(2008년 10월 9일생), 서니 오바마(2012년 6월 11일생). 가족=버락, 미셸, 말리아, 사샤. 취미=잔디밭에서 뛰놀기. 좋아하는 음식=토마토….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엔 ‘퍼스트 도그’ 두 마리의 정보가 상세하다. 공식 사진까지 있으니 웬만한 족보 있는 개들도 깨갱 하면서 꼬리를 내려야 할 판이다. 대통령의 애완견이 국민의 관심사가 될 만큼 애완동물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은 각별하다. 동물도 국적에 따라 팔자가 달라진다.

▷서울시가 반려동물을 되찾는 주인에게 구조비 5만 원을 물리기로 했다. 연간 1만 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 문제 때문이란다. 애완동물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면 천덕꾸러기가 되기 쉽다.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병원비가 꽤 큰 부담이다. 변심한 주인들이 개나 고양이를 갖다 버리기 전에 함께 나눈 위안의 시간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반려(伴侶)란 짝이다. 평생 동고동락하는 게 짝 아닌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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