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50년만의 귀환 못 지켜낸 정부…“유족에 1억 배상”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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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늑장 대처로 50년 만의 조국 귀환을 앞두고 강제 북송 돼 정치범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국군포로 고 한만택 씨(사망당시 77세)의 남측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5일 한 씨의 조카 정구 씨 등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한 씨 유족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군포로 송환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이자 도리인데 국가의 과실로 한 씨가 사망했다”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1953년 한국전쟁 막바지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실종된 한 씨는 북한군 포로로 잡혀 50년 넘게 함경북도에 억류됐다. 한 씨는 2004년 12월 남한에 있는 여동생, 조카의 도움을 받아 두만강을 통해 탈북했지만 다음날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 가족들은 곧장 이 사실을 정부에 알리고 한 씨가 구금된 장소와 담당 공안원 이름까지 알아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4주 만에 연락해 온 현지 영사는 “한 씨가 이미 가족이 도움을 청하기 전인 12월 30일에 강제 북송됐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족들 확인 결과 실제 북송일은 1주일 뒤로 밝혀졌다. 2012년 재송환 준비 중에 한 씨의 사망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한 씨가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로 강제 북송당해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는 ‘협조 요청 등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했다’는 담당 영사의 진술서를 증거로 냈지만 이를 뒷받침할 어떤 자료도 없다”며 “한 씨의 체포 사실을 접한 공무원들은 협조요청 뿐 아니라 부당조치에 엄중 항의하고 한 씨를 면담해 법적대리를 주선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국가의 소멸시효 만료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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