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누가 사겠나 비웃더니…끌리는 상품에 법칙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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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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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김치냉장고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누가 김치만 별도로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또 사겠느냐며 비웃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없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필수 품목이 됐다. 위니아만도의 이야기다.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는 1995년 4000대가 팔리기 시작해 1997년 8만 대, 2002년 74만 대가 팔렸다. 2012년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무려 600만 대에 달한다. 기존 제품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틈새를 파고드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차별화 사례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동원F&B는 2007년 ‘즉석 발아현미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즉석 밥시장에 진출했다. CJ의 ‘햇반’을 비롯해 농심, 오뚜기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각축을 벌이는 상태였다. 동원F&B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쌀밥’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발아현미밥’을 출시했다. 하지만 매출은 저조했다. 성과가 나지 않자 동원F&B는 2009년 컨셉트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제품의 이름을 ‘즉석 현미밥’에서 ‘즉석 쌀밥’으로 바꿔 달았다. 컨셉트를 바꾸자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차별화’하지 않고 남들을 따라갔더니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끌리는 컨셉의 법칙>의 저자 김근배 교수는 어떤 상품이 비싸게 거래될 수 있으려면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환가치는 한마디로 ‘희소성’이다. 다른 제품과 분명히 구별되는 그 제품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하지만 교환가치가 전부는 아니다. 사용가치가 더해져야 한다. 사용가치란 필요성이다. 즉석 발아현미밥이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석 발아현미밥은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반면 딤채 김치냉장고는 기존 제품과 다른 가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필요성에 대한 다수 고객의 공감을 확보했다. 차별성과 필요성을 모두 만족하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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