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따옴표 사용했나요” 초등생 숙제 때부터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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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방지교육 이렇게]

“인터넷 검색해서 박물관 다녀온 것처럼 쓰면 돼요.”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김모 씨(40)는 아이에게 최근 박물관 견학을 다녀왔는지 물었다가 이 같은 대답을 들었다. 아이의 겨울방학 숙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견학 후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친구들과 미리 다녀오지 않았다면 다가오는 주말에 국립중앙박물관을 함께 다녀올 생각이었던 김 씨는 아들의 대답이 무심해서 놀랐다.

겨울방학은 벌써 절반을 넘겼지만 아이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써야 하는 일기를 아직 한 편도 쓰지 않았다. 독후감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아이가 인터넷 검색으로 한꺼번에 숙제를 하는 데 맛을 들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베껴 숙제를 제출하는 이른바 ‘붕어빵 숙제’가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다. 방학이 끝나고 나면 인터넷 검색으로 자료를 모은 아이들의 숙제는 붕어빵처럼 내용도 비슷비슷하다는 것. 표절은 윤리적으로도 문제지만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시점인 아이들의 학습능력도 떨어뜨린다.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료 정리와 기존 자료를 자신의 것처럼 베끼는 표절은 구분해야 한다.

차우규 한국교원대 교수는 “아무리 초등학생이어도 표절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며 “무슨 자료를 활용해서 과제를 했는지 출처를 밝히는 훈련을 어렸을 때 하지 않으면 중고교생이 된 이후에도 표절을 하기 쉽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학부모도 자녀가 숙제를 할 때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말부터 초등학생의 표절 방지교육을 교사연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1학기부터는 표절방지 교육 책자를 일선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숙제 역시 자료를 인용했으면 출처를 적는 연습이 중요하다. 학습윤리도 연구윤리와 같아서 인용 문장 뒤에는 각주나 미주를 달고 뒷장에 참고문헌까지 정리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초등학생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체험학습 보고서처럼 양식이 정해져 있으면 보고서 밑에 인용한 책 제목과 저자만 적어주면 된다.

보고서 안에서 인용한 부분에는 큰따옴표(“ ”)로 인용 표시를 해줘야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사진에는 출처가 되는 홈페이지 제목을 보고서 하단에 적어주면 된다.

차 교수는 “이와 같은 출처 인용은 원칙은 아니지만 초등학생들에게 내 아이디어와 타인의 아이디어를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초등학교#숙제#큰따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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