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십상시 행정관’이 되살려낸 청와대 문건 스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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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파문에 이어 이번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파문’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김 대표의 수첩에 적힌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라는 메모가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한 것이라니 도무지 뭐가 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메모에 적혀 있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손수조 당협위원장과 음종환 대통령홍보수석실 행정관 등 여권 인사 5명의 저녁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라고 한다. K, Y 배후설을 발설했다는 음 행정관은 파문이 일자 사표를 냈고 청와대가 수리할 예정이라지만, 그렇다고 새로 불거진 의혹을 덮어 버릴 수는 없다.

정윤회 동향 청와대 문건 사건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이 실체 없이 작성해 유출한 ‘찌라시’에 불과했다는 것이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다. 그런데 문건에 언급된 ‘십상시’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음 행정관이 실제로 조 전 비서관의 배후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면 사건의 성격 자체가 바뀌게 된다.

음 행정관은 “김 대표나 유 의원을 배후로 지목한 적이 없다. 박 전 행정관의 배후는 조 전 비서관이고, 조 전 비서관은 TK(대구경북)의 맹주인 유 의원과 김 대표에게 줄을 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 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수첩에 적혀 있는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대목도 검찰이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의미였다는 얘기다. 대화 내용을 김 대표 쪽에 알려준 이 전 비대위원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청와대 기류를 잘 아는 친박계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유 의원도 청와대나 친박계와 불편한 사이다. 이런 상황이니 내용을 떠나 청와대에 몸담고 있는 음 행정관의 입에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런저런 억측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청와대 문건의 허위 작성과 유출만도 엄청난 사건인데 민정수석비서관은 국회에 출석하라는 비서실장의 지시를 어기고 사표를 내는 항명까지 저질렀다. 여기에다 행정관의 술자리 발언으로 또다시 정국이 어지러우니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야말로 ‘콩가루 조직’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십상시 행정관#청와대#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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