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그룹, 비자금 200억 조성 軍공사 수주 로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군피아’ 비리 최등규 회장 등 7명 기소
심의위원 선정전날 장교출신 영입… 빵봉투에 1000만∼3000만원 담아
현역군인 4명 등 위원들에 전달

임직원의 차명계좌로 돈을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는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66)이 비자금 일부를 군 관련 공사 수주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 발주를 심사했던 현역 군인들이 대보그룹 측에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군피아(군대+마피아)’의 유착 고리가 또다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계열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군 관련 공사 수주 로비에 사용한 혐의(횡령, 배임, 뇌물공여 등)로 최 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민모 부사장(62·구속 기소) 등 임직원 8명과 경쟁업체 직원 4명, 로비 브로커 4명, 민간인 평가심의위원 4명 등 총 23명을 입건하고 이 중 7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최 회장의 비자금 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군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로비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최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평가심의위원들에게 돈이 잘 전달됐다”는 취지의 내부 문서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1년 육군 이천 관사 공사’와 ‘주한미군 이전 관련 공사’ 등 군 발주 사업을 따내기 위해 평가심의위원 포섭 전략을 짰다. 평가심의위원 후보자로 거론될 때부터 각종 선물과 금품을 제공했고, 최종 선정된 평가심의위원에게는 1인당 1000만∼3000만 원씩을 전달했다. 최 회장의 지시를 받은 임직원들은 빵 봉투에 현금을 담아 전달하거나 평가심의위원의 사무실 책상에 돈을 놓고 나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회장은 군 발주 사업의 평가심의위원 선정 전날 육군 공병장교 출신의 장모 씨(50·구속 기소)를 영입해 평가심의위원 중 현역 군인에 대한 로비 활동을 맡기기도 했다. 최 회장은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대보그룹에 후한 점수를 준 평가심의위원들에게 500만∼1000만 원을 추가로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가심의위원 중 일부는 대보그룹의 경쟁업체에서도 금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검찰은 대보그룹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평가심의위원 중 현역 군인 4명을 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보그룹#군피아#비자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