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포기할거란 환상 없다”… 전략적 인내 종결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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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운데)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등을 보인 사람)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제공
13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운데)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등을 보인 사람)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제공
13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류가 확연히 ‘강공 모드’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공화 민주 할 것 없이 강력한 제재를 외쳤고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마치 누가 더 북한을 비판하나 경쟁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될 정도였다고 현장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전했다.

포문을 연 것은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였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에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해 온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고강도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이날 한 발언의 핵심은 북한에 대해 다양한 압박 수단을 써서 김정은 정권이 불법행위를 하는 데 따른 비용을 높이고 결국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재원을 줄여 ‘비핵화의 장(場)’으로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달 중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진 뒤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북한 문제 논의를 위한 자신의 일정을 이례적으로 소상히 밝히기도 했다. 이는 대북 제재가 다자(多者)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한-미-일-중-러 5자 간 제재 공조를 재가동시키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전 세계 금융기관까지 제재를 확대하는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에서부터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을 핵심 돈세탁 국가로 지정하는 것까지 미국이 할 수 있는 제재 조치가 모두 거론됐다.

대북 금융 제재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북한을 국제금융 시스템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재정적으로 최대한 쥐어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북한의 대외 거래를 담당하는 조선무역은행(FTB)에 대한 제재를 모범적인 제재 사례로 거론했다. 또 김영철 정찰총국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개인 제재 사례로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다른 의원들이 요구하는 대북 압박 수준도 높았다. 청문회를 주최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은 “2005년 BDA 금융제재처럼 북한 정권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대북 제재 금융 강화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테드 포 의원(공화·텍사스)은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시리아 이란 북한의 영문 약자를 따 “SIK(‘역겨운’이라는 뜻의 ‘SICK’과 발음이 같다)축”이라고 말하며 김 대표를 향해 “북한이 현재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느냐 없느냐”고 물은 뒤 “‘예’ ‘아니요’로 답을 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에 대해 “나도 간단하게 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글레이저 차관보를 향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예스냐 노냐 답을 요구하기도 했다.

제럴드 코널리 의원(민주)은 “소니 해킹 사건은 북한의 위협이 미사일 사거리만으로 측정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23명 중 20명이 출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높은 열기를 보였다.

이날 청문회 분위기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당분간 오바마 정부에서 북-미 대화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예상될 정도”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금까지 오바마 정부가 사용하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란 표현은 이제 워싱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문회가 열리고 있던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의회 지도부를 불러 사이버 안보 대책 수립을 논의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워싱턴 인근 국가사이버안보정보통합센터(NCCIC)까지 찾아 의회에 법안 수립을 제안했다.

이는 북한의 소니 해킹에 이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미 중부군사령부까지 해킹하자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주로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테러 모의 및 처형 집행 중계까지 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들의 미국 본토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이버 대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이버 위협은 미국의 안전과 사회 안전망을 파괴할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언론과의 콘퍼런스 콜(집단 전화 인터뷰)에서 “미 전역에 사이버 안보 수준을 강화하고 테러 세력의 사이버 공격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하원 외교위원회#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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