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름만 나오면 욕을…” 한숨 짓지만 긍정 효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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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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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는 경기가 끝나면 진 팀 감독, 이긴 팀 감독, 수훈 선수 순으로 인터뷰를 한다.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린 13일은 조금 달랐다. 패장이 나간 뒤 인천 계양체육관 인터뷰실에 들어온 사람은 대한항공 스포츠단장인 이유성 전무였다. 궁금해 하는 기자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마친 이 전무는 “오늘 일은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저희 탓이다. 새 체육관이라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관리 부실로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전무가 말한 ‘이런 일’은 이렇다. 이날 2세트 도중 천정에 달린 조명의 보호 유리가 떨어졌다. 경기는 잠시 중단됐고 유리가 떨어진 H5 구역 관중들은 자리를 옮겼다. 한 명이 손가락에 가벼운 부상을 당한 것 외에 다행히 피해를 입은 관중은 없었다. 이 체육관은 2013년 9월에 완공됐다.

굳이 따지자면 이곳의 시설관리 주체는 인천광역시시설관리공단이다. 대한항공은 리그가 열리는 동안 체육관을 빌려 쓴다. 대관료가 평일 35만 원, 주말은 52만 5000원이니 정규리그 사용료만 해도 5000만 원 정도다.

대한항공 프런트는 14일 바쁘게 움직였다. 시설관리공단에 모든 조명시설에 대한 안전 검사를 의뢰했고, 사무국장과 시설담당 차장은 아침부터 계양체육관에 나가 검사 과정을 지켜봤다. 홈페이지와 SNS에는 사과문도 올렸다. H5 구역에 앉았던 관중들 가운데 원하는 관중에게는 입장권을 환불해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땅콩 회항’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오너 일가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얼굴을 들지 못했다. 지승주 배구단 사무국장은 “배구 기사에도 관련이 없는 비난 댓글이 달린다. ‘대한항공’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욕을 먹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전무는 자기소개 직후 이런 말을 했다. “아시다시피 요즘 우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때 다시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겠느냐. 책임진다는 자세로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전무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그의 말대로 최근 대한항공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어찌 보면 ‘땅콩 회항’이 만든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도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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