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맛’을 알면…자신감 과감성 끈기는 기본, 정신력은 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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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이 3대 천왕은 오랫동안 테니스계를 평정해왔다. 이 중에서도 조코비치는 최근 4년간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며 테니스계를 이끌고 있다. 지난 4년간 조코비치가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금 액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코비치는 2011년부터 매년 10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 해 10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탄 경우는 나달이 2회, 페더러가 1회에 불과하다.

2010년까지만 해도 나달과 페더러에 밀려 ‘만년 3인자’로 불렸던 조코비치였다. 이처럼 오랫동안 3인자였던 조코비치는 2011년 갑자기 세계 랭킹 1위로 도약했다. 그해 파죽지세로 41연승을 한 이후 조코비치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주무기도 같고 전략이나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는데 성적이 월등히 향상됐다. 그 사이에 조코비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1등 효과의 위력

시작은 테니스올림픽으로 불리는 데이비스컵이다. 2006년부터 조코비치와 함께 일하고 있는 마리안 바이다 코치는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이 모든 걸 바꿨다고 말했다. 바이다 코치는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이 그에게 커다란 동기를 갖게 한 것 같아요. 그는 그 겨울에 2주밖에 쉬지 않고 혹독한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연습량이었죠. 그렇지만 오히려 그걸 즐겼죠. 체력도 강해졌지만 무엇보다도 멘탈이 좋아졌어요. 그 이후 그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바로 조코비치에게 ‘1등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 동안 그는 뛰어난 실력을 연마했지만 그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힘겨운 상황에서도 우승을 제대로 경험하면서 달라졌다. 이처럼 우승이나 1등을 경험하면 몇 가지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1등을 경험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적극적이 되고 과감해진다. 조코비치 역시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로 플레이가 더 과감해졌다. “페더러, 나달과 한 시대에 태어나 테니스를 하게 돼 지독히도 불운하다”고 탄식했던 조코비치였지만 이제는 페더러나 나달을 만나도 기죽지 않고 공격을 주도했다.

조코비치는 2011년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나달을 완벽하게 공략했다. 나달은 빠른 발과 강한 톱스핀으로 에러가 나지 않는 스트로크를 구사하기 때문에 웬만한 공격은 모두 받아내는 수비의 천재다. 페더러를 포함해 그 때까지 나달의 수비를 제대로 뚫은 선수는 없었다. 조코비치는 나달과 맞서 코트 안으로 한발 더 들어가 거세게 공격했다. 왼손잡이인 나달의 포핸드를 향해 조코비치는 자신의 주무기인 백핸드로 강하게 공격했고, 나달은 밀리기 시작했다. 2011년 결승전에서만 여섯 번 만났는데 처음에는 나달에게 가까스로 이겼다. 하지만 나중에는 손쉽게 승리를 따내면서 나달을 위축시키는 징크스를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나달이 강점을 보인 클레이코트에서까지 완벽하게 이기면서 나달의 천적이 됐다.

1등을 하면 끈기가 생겨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하게 된다. 1등을 해본 사람이나 기업이 모두 처음부터 정신력이 강했거나 끈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등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힘든 고비를 넘기면 곧바로 목표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끈기가 생긴다. 즉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알기 때문에 인지적 끈기가 생기는 것이다. 마지막 한 고비를 못 넘고 포기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대부분 이것을 모른다.

1등 경험으로 생겨난 자존심도 끈기를 만들었다. 목표가 높아졌으니 정신력이 강해지는 건 당연하다.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 조코비치는 정신력에서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위기를 맞으면 포기하거나 심지어 기권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2011년 이후 그는 매 경기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러 번의 극적인 시합을 만들어내 팬들이 늘어났다.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자신을 수없이 눌렀던 페더러를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페더러의 컨디션이 좋아서 조코비치는 2세트를 내리 내준 후 3, 4세트를 힘겹게 따라갔다. 마지막 5세트에서 페더러는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를 하게 됐기 때문에 거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40-15로 페더러가 한 포인트만 따내면 승리하는 매치포인트에서 조코비치는 도박에 가까운 과감한 포핸드 샷을 휘둘러서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두 손을 위로 흔들며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유도했다. 과거 테니스 스타인 존 맥켄로는 준결승전에서 보여준 조코비치의 샷을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샷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백전노장 페더러도 이런 상황에서 당황했는지 더블폴트를 해 다 이긴 게임을 내줘야했다. 준결승전에서 고비를 넘긴 조코비치는 결승에서는 나달을 손쉽게 이겨 첫 US오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작은 1등을 많이 만들어라

이처럼 1등 효과는 대단하다. 물론 1등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1등이 처음부터 거창한 성과를 거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작은 곳에서부터 1등을 경험한 후 영역을 넓혀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의성 분야의 대가인 하버드대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의 연구는 이런 사실을 입증하면서도 안타까운 현실까지 지적하고 있다. 7개 회사에서 26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238명의 회사원들로부터 평균 4개월 동안 프로젝트에서 일어난 업무의 세세한 과정과 다양한 일화, 그때 느낀 개인적인 감정 등을 일기에 쓰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1만2000건의 일기 자료를 분석해서 어떤 상황에서 혁신적인 성과가 나오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도 매일매일 경험하는 작은 성공체험의 역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성이나 혁신은 팀원들이 긍정적인 감정상태에서 적극적인 동기를 가지며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때 가장 잘 발현됐다. 그런데 작은 성공체험과 그로 인한 개인적인 발전경험이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작은 1등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데이비스컵은 국가를 위해 뛴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상금도 없고 랭킹 포인트도 적어서 프로 선수들은 그렇게 중요한 대회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톱 랭커들은 한 두 번 참가한 후 부상이나 빡빡한 경기일정을 핑계로 빠지기 일쑤다. 그러나 조코비치에게 데이비스컵은 작은 대회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진정한 챔피언으로 도약시킨 큰 대회로 기억할 것이다. 작은 성공은 1등 효과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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