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내내 심청과 뜨거운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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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연인 심청’ 낸 문학평론가 방민호 교수

첫 장편소설 ‘연인 심청’을 출간한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가장 쓰기 쉬운 글로 ‘논문’을 꼽았다. 다산책방 제공
첫 장편소설 ‘연인 심청’을 출간한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가장 쓰기 쉬운 글로 ‘논문’을 꼽았다. 다산책방 제공
“심청이에게 효녀 딱지를 떼고 연인을 붙였습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첫 장편소설 ‘연인 심청’(다산책방)을 출간했다. 부제는 ‘사랑으로 죽다’. 방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출간 간담회를 열고 “심청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없다”며 “열다섯 살에 일찍 천리(天理)를 깨치고 사랑으로 인생에 눈뜨지 못한 아버지를 구원하는 여인”이라고 말했다.

‘연인 심청’의 배경은 천상계, 지상계, 수궁계를 넘나든다. 하늘 궁궐의 유리 선녀와 유형 선관은 서로 사랑했지만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지상계로 추방된다. 고려시대 서해도 황주 도화동에서 환생하지만 남녀로 사랑할 수 없는 벌을 받은 터라 유형은 아버지 심봉사로, 유리는 딸 심청으로 다시 만난다. 심청은 명망 있는 가문의 서자 윤상과 사랑에 빠진다. 훗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은 왕비로 부활한다. 심청은 심봉사와 윤상이 위기에 빠진 순간 아버지의 육신과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일이 운명이라면서 윤상 대신 아버지를 택한다.

방 교수는 소설을 쓰며 심청과 뜨거운 사랑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법, 제도, 세상을 바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쓰면서 심청이처럼 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의 중요함을 깨달았다”며 “모든 사람이 한 사람씩만 사랑해도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소설 창작 과정은 독특했다. 방 교수는 왼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오른손 검지로 자판을 꾹꾹 눌러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원고지 7장 분량의 원고를 장문 문자 메시지로 써서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평소 친분이 있는 설악산 신흥사의 오현 스님에게 보냈다. 스마트폰을 쓰느라 어깨에 오십견이 찾아왔지만 오히려 편했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은 가장 가볍고 편리한 필기도구”라며 “여백을 채워 나가야 하는 A4 용지와 달리 내가 쓰고 있는 부분만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집중력도 높아지고, 검지로 눌러 쓰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와도 잘 맞는다”고 했다.

방 교수는 1994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 당선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해 다수의 비평집을 출간했다. 2001년부터는 시를, 2012년부터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쓸 때는 “원고료도 필요 없으니 소설만 실어 달라”고 문학 매체에 사정하기 일쑤였다.

“평론가로 일하며 잘 알기에 문단의 인정을 받는 일은 기대하지 않아요. 문단 밖 독자들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야 겨우 ‘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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