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만 있고 야당은 없는 새정치연합 新年기자회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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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6000자 분량의 회견문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박근혜만 있고 야당은 보이지 않았던’ 회견이었다. 제1야당이 새해를 맞아 마련한 기자회견이라면 올 한 해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주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어떤 정치를 펴겠다고 밝히는 일이 중심이 돼야 한다. 문 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 대해 “시간은 길었지만 내용이 없었고 말씀은 많았지만 희망이 없었다”고 한 혹평을 본인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지난해 연초 김한길 민주당(새정치연합의 전신) 대표가 열었던 기자회견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 대표는 민생과 경제 챙기기, 정치 개혁, 민주당이 가야 할 길 등 5개 분야에 걸쳐 세세하게 정국 구상을 밝혔다. 그때와 지금은 정치 상황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준비가 안 됐으면 차라리 회견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국민 제일의 정치를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권 정당은 문제를 지적하는 분석가, 분노하는 항의운동이 아니라 해법을 제시하는 실천가, 희망을 실천하는 대안 정당”이라며 “진영논리에 안주하는 시끄러운 소수의 존재감 정치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새정치연합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지지도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추락하는 기이한 현상은 새정치연합 스스로 지리멸렬해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탓이 크다. 야당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통령 때리기’로 반사이익만 취하려고 해서는 현재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새정치연합에 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야당 대표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대통령이 만나자고 할 때는 거부하는 이중적 행태를 여러 번 보였다. 야당은 이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정책의 내용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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