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국제유가 뚝…‘원유 DLS’ 75%가 원금손실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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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억원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
당장 2월 만기상품부터 비상
전문가 “6개월 남았으면 관망 필요”

국제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했다.

국제유가가 약 6년 만에 가장 낮은 배럴당 46달러 선까지 주저앉으면서 9500억 원에 가까운 원유 DLS가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들이 많아 원금손실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 유가 급락에 원유 DLS 골치덩이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원유 가격과 연계해 수익이 나도록 발행된 공모형 DLS는 현재 598개, 발행금액은 1조2234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9411억 원 상당의 447개 DLS가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모형 원유 DLS 10개 중 7개 이상이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날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락하면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DLS 규모가 급증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WTI는 장중 한때 45달러대까지 내려간 끝에 전 거래일보다 4.7% 하락한 배럴당 46.07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5.35% 급락했다. 모두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원유 DLS는 대부분 원유 가격이 만기 때까지 기준가격의 40∼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기준가격 100달러 안팎에서 연 10% 정도의 약정 수익을 내건 상품이 많아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0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해 반년 새 반 토막이 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것이다. WTI가 6일 배럴당 50달러 선이 깨진 뒤 다시 46달러대까지 내려오는 동안 새로 원금손실 위험이 발생한 DLS 발행금액만 800억 원이 넘는다.

○ 원금손실 우려 점차 현실화

물론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바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최종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기 때 국제유가가 기준 가격의 80∼85% 수준으로 회복되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국제유가의 반등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앞으로 6개월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WTI의 3개월 후 가격 전망을 배럴당 70달러에서 41달러로 내렸다. 6개월 후 전망은 39달러까지 낮췄다. WTI 가격이 40달러까지 떨어지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DLS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고 있는 데다 이란 핵 협상으로 원유 공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은 과잉 공급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가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DLS는 비상이 걸렸다. 2, 3월 두 달간 만기가 돌아오는 DLS는 모두 8개로 발행금액은 73억 원이 넘는다. 국제유가가 기준가격의 80∼85% 수준으로 급반등하지 않는 이상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은 불가피하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만기까지 6개월 이상 남아 있다면 당장 환매를 고민하기보다는 좀 더 국제유가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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