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지분 매각 결국 무산…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작업 난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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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주가 이미 고평가” 시큰둥
지분 쪼개 순차적인 매각 가능성
현대차측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이 불발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난항을 겪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13일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가 물량이 방대하고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가 팔려던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502만2170주(13.4%)를 전일 종가보다 7.5∼12% 싼 주당 26만4000∼27만7500원에 내놨지만 투자자들이 사지 않은 것이다.

투자업계는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이미 고평가돼 있어 이번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추이를 보면 2009년 말 11만3500원에서 지난해 말 29만1500원으로 5년간 약 3배로 올랐다. 증권가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만 약 3배로 오른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과도하다고 평가하면서 최대 12% 정도 싸게 판다고 해도 사겠다는 투자자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투자업계는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31.88%)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그룹을 지배하는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부자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수년간 계속 오른 데 비해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떨어져 왔다. 이 상황에서 두 회사를 합병하면 현대모비스 투자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라는 정공법을 선택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하한가(―15%)까지 급락해 2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전날보다 11.55% 오른 26만5500원까지 급등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매각이 불발된 것에 대해 “현대글로비스의 주식을 다시 매각할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막겠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따라 계열사 간 거래를 축소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한 경영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부회장도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작업에 대해 “경영권 승계보다는 지배구조 개선 쪽으로 이해해 달라”고 언급했다. 이번 매각 추진이 경영권 승계보다는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과 같은 대량매매 방식이 아니라 우호 주주의 지분 매입이나 계열사와의 주식 교환 같은 다양한 방안이 가능하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또 “어떠한 경우에도 정 회장과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의 지위는 유지된다”면서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도 40% 이상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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