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불황에 정면승부…美아웃도어업체 ‘나우’ 전격 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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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는 이제 글로벌 브랜드”

강태선 회장(왼쪽)이 13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인수한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nau)의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나우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가운데는 
강준석 글로벌사업부 이사, 오른쪽은 막스밀리언 노츠 유럽 총괄 디렉터. 블랙야크 제공
강태선 회장(왼쪽)이 13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인수한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nau)의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나우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가운데는 강준석 글로벌사업부 이사, 오른쪽은 막스밀리언 노츠 유럽 총괄 디렉터. 블랙야크 제공
역시 ‘승부사’였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66)은 아웃도어 업계의 불황이라는 위기를 정면으로 맞섰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회사 ‘나우’를 1500만 달러(약 162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시장이다.

13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강 회장은 “이제는 블랙야크를 토종 브랜드라고 하지 말고 글로벌 브랜드로 불러 달라”며 이번 인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강 회장과 블랙야크를 ‘과감한 도전으로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오른 주인공’으로 평가한다. 블랙야크는 1973년 서울 종로5가 골목 한편에 세워진 ‘동진사’가 모태다. 33m² 남짓한 공장과 10m²도 안 되는 판매 공간이 전부였다. 16년 뒤 동진사는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터를 옮겼다. 사옥 크기가 10배 커지고 매출도 10배 늘었다. 블랙야크란 브랜드는 1995년 내놓았다. 2000년대 등산용 고가 옷에 대한 인기가 치솟자 블랙야크는 빠르게 성장했다. 강 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은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팔랐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은 지난해 멈췄다. 지난해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인 2013년 수준(약 6조9000억 원)으로 집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야크(2013년 매출액 약 5805억 원)를 비롯한 상위 5개 업체(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네파)들은 저마다 ‘나름 선방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매출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래서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진작부터 관심이었다. 승부사 강 회장의 돌파구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 돌파구는 세계 시장 진출이었다. 이를 위한 3대 축은 ‘아시아-유럽-미국’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미국이다. 블랙야크는 중국에 현재 260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유럽에는 2012년부터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이스포(ISPO)’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독일 뮌헨에 쇼룸을 여는 등 브랜드를 알려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아웃도어 시장인 미국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았다.

오랜 노력 끝에 찾은 돌파구는 미국 현지 업체인 ‘나우’의 인수였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2007년 설립된 ‘나우’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다. 유기농 재배 면 소재, 카키색과 무채색 등 세련된 도시감각의 아웃도어다. 그래서 미국 내 고객층도 20, 30대 젊은층이다.

강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블랙야크 글로벌사업부 이사(34)는 “나우는 고기능과 화려한 색상의 블랙야크와는 상반된 강점을 가진 업체로 두 업체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도 여느 때처럼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기업은 원래 잘 되다 안 되다 하지 않습니까. 기업이 잘 되다 안 되면 노력을 하게 됩니다. 지난해 불황은 좋은 자극제가 될 겁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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