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윤 “긴 좌절 너머 환희가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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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윤 23일 리사이틀… 성악 인생 오롯이 담아
콩쿠르 10여번 탈락 딛고 ‘바이로이트’ 주역 신화

“처음부터 화려한 역을 했던 게 아니다. 콩쿠르에서 열 번 넘게 떨어졌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무엘 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처음부터 화려한 역을 했던 게 아니다. 콩쿠르에서 열 번 넘게 떨어졌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무엘 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성악가 사무엘 윤(윤태현·베이스 바리톤·44)의 리사이틀 레퍼토리에는 그의 성악 인생이 담겨 있다. 구노의 ‘파우스트’ 중 ‘보석의 노래’,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천둥과 폭풍을 헤치고’, 바그너 ‘로엔그린’ 3막 전주곡,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사무엘 윤은 1998년 이탈리아의 토티 달 몬테 국제오페라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구노의 ‘파우스트’ 곡들을 부르는 자리였다. “유학 간 지 4년, 콩쿠르에서 열 번이 넘게 떨어진 끝에 우승한 거지요.”

최근 만난 사무엘 윤은 숱한 실패를 견뎌야 했던 지난날 얘기를 들려줬다. 1999년 독일 쾰른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1년간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에 그는 쾰른오페라극장 소속 단원이 됐다.

‘그 뒤로는 승승장구였다’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한국인 성악가가 유럽에서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다.

“수년을 단역에 머물러야 했어요. 그런데 그 힘든 시기가 나중에 보니 제게 큰 자산이 됐어요.”

2012년에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축제로 꼽히는 독일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페스티벌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으로 사무엘 윤이 발탁된 것이다. 주역이었던 바리톤 예프게니 니키틴이 몸에 새긴 나치 문신 때문에 도중하차했다. 이후 3년 연속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과 ‘로엔그린’의 주요 배역인 왕의 전령 역을 맡으면서 유럽 음악무대에서 주목받는 성악가가 됐다.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리사이틀은 사무엘 윤이 바이로이트 영웅이 되기까지의 발걸음이 담긴 무대다.

“감개무량했습니다. 제 음악 인생에서 깊은 절망에 빠지다가도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제 의도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었어요. 저 역시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난주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했다. 독일 쾰른극장에서 운영하는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인 ‘쾰른 오펀 스튜디오’의 참가자를 뽑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엔 해마다 호주오페라파운데이션이 주최하는 콩쿠르의 우승자가 참가해 왔지만 올해는 사무엘 윤의 주선으로 한국인 성악도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발탁된 성악도에게 미래가 보장된 게 아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기다리고 인내하면 꼭 소망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23일 오후 8시. 5만∼12만 원. 070-8879-848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사무엘 윤#리사이틀#바이로이트#베이스 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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