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실험해보니… ‘스티로폼 외벽’ 4분만에 불기둥 치솟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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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키운 드라이비트 공법
싸고 工期 절반 단축… 건축주들 선호, 외관 꾸미기도 쉬워 모텔 등서 사용
안전처, 건물 외벽 불연재 의무화

12일 오후 2시 반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반원들이 건물 내부를 조사하며 이번 화재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의정부=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2일 오후 2시 반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반원들이 건물 내부를 조사하며 이번 화재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의정부=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1층에서 난 불이 빠르게 고층으로 번진 것은 외벽을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시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50% 이상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절반 정도 단축돼 건축주가 선호한다. 실제 숙박시설이나 웨딩홀 원룸 등 주거용보다 눈에 띄게 하려는 건물에 많이 쓰인다.

201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도 가로 3m, 세로 6m 외벽에 이 공법으로 외장재를 시공해 벽 안쪽에 불을 붙여보니 불과 1분 30초 만에 외벽으로 옮아 붙었다. 이어 4분 만에 불은 외벽을 집어삼켜 화염이 6m까지 치솟으며 검은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이번 의정부 화재와 판박이였다.

신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2일 “불이 잘 붙어 맹독성 가스가 배출되며 화재 시엔 먼지가 대량 발생해 연기를 마시게 되면 폐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자재”라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는 의정부 화재 직후 화재에 취약한 외장재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안전처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 긴급 현안보고에 앞서 의정부 아파트 화재 후속 대책으로 건물 외부 마감재 사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벽에 단열재 시공 시 건축물 높이나 용도에 관계없이 불이 잘 붙지 않는 재료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것. 현행법상 고층건물과 상업지역 내 다중이용업소, 공장을 제외하면 불연재 사용 의무화 규정은 없다.

한편 화재 원인 수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초기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주민 김모 씨(53)가 아파트 1층 주차장에 세워둔 4륜 오토바이 안장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을 뿐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토바이 잔해에서 전기배선이 과열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지만 훼손 정도가 심해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수사본부는 오토바이 소유자 김 씨도 큰 부상을 당했으며 직접 불을 붙이는 장면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혁 gun@donga.com·박성민 / 의정부=김재형 기자
#발화#의정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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