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출범 두달… 엉터리 집계-기관 엇박자, 달라진게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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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화재대응 혼선 여전
재난본부, 市와 자료 공유 안해… 하루뒤에도 피해 집계 오락가락
장관, 사고 이틀 되도록 현장 안찾아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겪은 첫 대형 재난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안전처를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평가했지만 첫 ‘실전’인 이번 사고에서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때와 마찬가지로 대응 기관별 혼선이 여전했다.

국민안전처는 화재 발생 직후인 10일 오전 10시 40분경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꾸렸다. 화재 진압 및 정확한 사고 조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민안전처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통제단은 화재 이틀이 지난 12일까지 경찰, 의정부시 등 재난 대응 유관기관과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기관마다 피해자 수가 엇갈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엉터리 집계’는 이번 사고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11일 오전 11시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가 배포한 화재 발생 보고서를 보면 처음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총 95가구, 불이 번진 드림타운아파트와 해뜨는마을은 각각 95가구와 74가구로 돼 있다. 하지만 의정부시 자료에 따르면 각각 92가구, 93가구, 70가구다.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자료를) 의정부시에서 받았다”고 말했다가 “소방서는 진화만 담당하는 곳”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본보 취재 결과 해당 보고는 현장 소방관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숫자로 작성됐다. 재난 대응에 나선 기관끼리 사고 수습의 기본인 피해 규모도 공유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기보다는 책임질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몸을 사리는 모습도 여전했다. ‘소방차 출동 시 불법 주차 때문에 초기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의정부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한 지 1분 만인 9시 34분에 진화작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팀이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을 통해 확인한 결과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견인하느라 10여 분간 진화작업이 지연됐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사고 이틀이 지나도록 의정부 화재 현장을 찾지 않은 것도 재난 대응 부처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로 사상자 130명에 3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는 “(박 장관이) 사고 당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상황실에 나와 전체 상황을 총괄했다”고 밝혔다. 김근영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에도 위기대응 능력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재난 총괄 부처가 출범했지만 꾸준한 소통과 훈련을 반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강홍구 windup@donga.com·김재형 기자
#국민안전처#의정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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