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글로비스 지분 13% 매각”… 매각금액 1조3000억, 경영승계 본격화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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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중 13.39%(502만2170주)를 매각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31.88%)인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회사로 매각이 이뤄지면 약 1조3000억 원대의 자금이 마련된다. 주식시장과 자동차 업계 등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99%) 중 각각 180만 주(4.8%)와 322만2170주(8.59%)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에게 매각 공지를 보냈다. 예상 매각 가격은 현대글로비스 12일 종가 30만 원에서 7.5∼12.0% 할인한 26만4000∼27만7500원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완료되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은 29.99%로 줄어든다. 정 회장은 매각 가격에 따라 4752억∼4995억 원, 정 부회장은 8506억∼8941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 ‘모비스’ 지분 16.88% 매입위해… 정의선 부회장 자금확보 나선듯 ▼

현대차 경영승계 본격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다음 달부터 대기업 오너 및 일가(특수관계인)가 대규모 기업집단(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보유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할 경우 오너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3분기(1∼9월) 현대글로비스 매출 10조3437억 원 중 72.6%가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주식시장 등에서는 이번 거래가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실탄’ 마련의 성격도 함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로 그룹을 지배한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이 고리에서 보유한 주식은 기아차 706만1331주(1.74%)와 현대차 6445주(0.00%)뿐이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 중 일부(약 4%)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만약 향후에 이런 식으로 16.88%를 모두 매입하면 순환 출자 구조도 끊어진다. 12일 현대모비스 종가 23만8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16.88%의 지분은 3조9096억 원이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나왔지만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가능성은 예전보다 낮아졌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종가 대비 ―10%)인 27만 원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모비스 주가는 26만1000원으로 종가 대비 9.66%(2만3000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앞서도 실탄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정 부회장은 광고계열사 이노션 지분 30%(54만 주)를 3000억 원에 매각했다.

한편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 원과 이노션 주식 2000억 원 등 총 8500억 원의 사재를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출연했다. 이를 재원으로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저소득층 기초생활 지원, 저소득층 인재 육성, 어린이 희망 의료 사업,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인재 육성과 관련해 △초중등학생 대상 농산어촌 교육 지원 및 장학금 지원 △중고등학생 대상 미래 인재 육성 및 장학금 지원 △대학생 장학금 지원 및 학자금 대출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세진 기자
#정몽구#정의선#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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