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서 울고 VOD로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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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역린’- 치정멜로 ‘인간중독’-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공통점은…

극장보다 주문형비디오 시장에서 더 잘나가는 영화가 있다. 인지도 있는 스타가 출연했거나 야하거나 아동을 겨냥한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왼쪽 위부터 좌우 순으로 ‘역린’ ‘밀애’ ‘인간중독’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짱구는 못말려: 엄청 맛있어’ ‘황제를 위하여’.  동아일보DB·구글이미지
극장보다 주문형비디오 시장에서 더 잘나가는 영화가 있다. 인지도 있는 스타가 출연했거나 야하거나 아동을 겨냥한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왼쪽 위부터 좌우 순으로 ‘역린’ ‘밀애’ ‘인간중독’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짱구는 못말려: 엄청 맛있어’ ‘황제를 위하여’. 동아일보DB·구글이미지
치정멜로 영화 ‘인간중독’과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의 공통점은?

두 영화는 극장보다 인터넷TV(IPTV)를 비롯한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인간중독’은 144만 관객이 들어 연간 박스오피스에서는 41위에 그쳤지만 IPTV 3사(KT 올레TV, SK BTV, LG tvG)의 지난해 이용 횟수 등에서 10위 안팎의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올레TV에 따르면 이 영화의 이용 횟수는 60만 건이 넘는다. 다른 업체와 모바일까지 감안하면 극장 밖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극장 관객 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초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역시 극장 관객 92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61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올레TV 기준 이용 횟수만 50만 건이 넘었다.

VOD 시장에서 영화의 인기는 박스오피스 순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역린’(384만 명)처럼 기대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가 VOD 이용 횟수로는 변호인(1137만 명)을 앞섰다. 문지형 올레TV 홍보팀 과장은 “VOD 영화 시청은 변수가 많다. 극장 화제작이 선호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못지않게 콘텐츠의 가격이나 장르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VOD는 통상 극장 동시상영작은 1만 원, 극장에서 내린 지 1년 이내는 4000원, 이후에는 더 내려간다.

‘역린’처럼 극장에서 뜨진 못했어도 인지도 있는 스타(현빈)가 출연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영화들이 VOD 시장에서 환영받는다는 것. 또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멜로나 에로 영화도 인기 있다.

특히 19금 성인용 콘텐츠의 경우 IPTV뿐 아니라 ‘손안의 극장’ 모바일TV에서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모바일VOD 이용자가 많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 ‘티빙’에서는 지난해 영화 콘텐츠 중 ‘인간중독’과 ‘마담뺑덕’이 매출액 순위로 각각 1위와 6위에 올랐다. ‘올레TV 모바일’에서는 ‘인간중독’(2위) ‘황제를 위하여’(3위) ‘맛 무삭제판’(4위) ‘밀애’(7위) ‘화려한 외출’(9위) 등 19금 영화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4년 개봉한 에로영화 ‘맛 무삭제판’과 ‘밀애’ 등은 극장 개봉 시 관객이 4000∼5000명에 그쳤으나 VOD 이용 횟수는 수십만 건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1300억 원대 규모였던 국내 VOD 시장은 지난해 3500억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VOD 시장의 급성장은 영화 산업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극장 개봉 없이 IPTV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너브러더스, 소니픽처스 등 해외 직배사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해 하반기 IPTV로 개봉한 ‘22 점프 스트리트’ ‘노 굿 디드’ ‘타미’ 등은 각각 북미 박스오피스 1위작이며,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2’의 경우 북미 개봉 시기와 비슷하게 12월 IPTV로 개봉했다.

또 VOD 시장을 겨냥해 영화 개봉작이 늘고, 인터넷 때문에 퇴출 위기에 놓였던 에로 영화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0년까지 400편 안팎이었던 영화 개봉작은 2013년 907편, 2014년 1117편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 영화 개봉작 232편 중 에로 영화는 40∼50편이나 된다.

한 수입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을 거치지 않은 영화도 VOD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국이 VOD 테스트 마켓으로 여겨지고 있어 앞으로 영화 제작과 유통의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조종엽 기자   
#VOD#역린#인간중독#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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