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인터뷰) 불안과 강박의 병, 공황장애

  • 입력 2015년 1월 12일 15시 31분


코멘트
불안과 강박의 병, 공황장애

방송인 김구라가 얼마 전 공황장애로 모든 방송활동을 접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공황장애’가 다시 한 번 이슈가 됐다. ‘공황장애’는 현대인의 병이라고도 불린다. 불안과 경쟁에서 비롯된 증상들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고나미(가명, 23) 씨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복통으로 찾아왔다. 그것이 공황장애의 시작이었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유은정의 좋은의원(02-591-3600)


Q. 공황장애가 처음 나타났을 때 증상이 어땠나요?

지난여름, 남자친구와 공연을 보러 가는 중에 갑자기 배가 아팠어요. 평소에도 소화기관이 좋지 않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복통이 점점 심해졌어요. 더는 못 버티겠다 싶어 집에 가는 택시를 탔는데, 그때부터 호흡곤란이 오고 마비증상이 시작됐어요.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고, 말도 나오지 않고, 얼굴은 경직됐어요. 과호흡증으로 죽을 것만 같았는데, 그런 모습을 누군가 본다는 것도 싫었어요. 지금은 바로 병원에 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엄마 아빠가 계시는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Q. 공황장애의 원인이 뭐였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7~8년간 오랜 외국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온 거였는데 그저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갑자기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웠어요. 나중에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그건 피로의 문제만은 아니었어요. 생각해 보니 언어도 다르고 다인종이 살아가는 미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공황을 겪은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공황이 일어나고 난 뒤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어지럽고 또 발작이 일어날까 두려웠어요. 만약 그렇게 되면 집에 빨리 와야 하니, 지난여름에는 아예 나가지 않고 내내 집에만 있었고, 나가더라도 집 앞에만 나갔어요. 지금은 그래도 멀리도 나가고 좀 나아졌어요.


Q. 병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뭐였나요?

증상이 있고 친구의 추천으로 3달 후 병원에 왔어요. 제가 증상을 이야기하니 친구가 자기도 병원에 다닌다며 별 거 아니니 가서 상담해보라고 권했어요.

Q. 치료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일주일에 한 번, 50분간 이야기를 나눠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부터 제 성격에 대해 알 수 있는 대화들을 해요. 성격 테스트도 하고, 상담을 통해 저에 대해 퍼즐처럼 알아가고 있어요.

아,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저는 완벽주의자이지만 몸은 빨리 지치는 편이라 스트레스는 두 배가 돼요.

남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는데 막상 내 이야기는 못 해요. 제삼자에게는 더 제 이야기를 못 해서 사실 처음 상담할 때는 ‘왜 내가 상담자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3회 정도 상담을 하다 보니 편안해지더라고요. 특히 제가 잘 표현하지 못하는 걸 상담 선생님이 잘 꼬집어주시는 것 같아요. 처음에 왔을 때는 저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생님도 당시에는 제 속을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여기 올 때마다 긴장했는데 이제는 휴식을 취하러 온다는 느낌이 들어요.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에요.

Q. 치료를 통해 다시 한 번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봤나요?

강박과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성공에 대한 불안감. 미국에서 과제인 크리틱 과정을 하며 자신감이 많이 낮아졌어요. 저는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컸어요. 제가 미술을 전공했는데, 부모님께서 유학시키느라 돈을 많이 쓰셨으니까 빨리 취직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부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완벽주의자라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만족도 몰라요. 대신 남과 비교는 많이 하죠. 그러다보니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졌던 것 같아요. 보통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누군가가 자기에 대해 지적해도 그냥 넘기거나 그걸 거름 삼아 더 잘해야지 하는데, 저는 그런 이야기에 제 하루가 무너지는 걸 느껴요. 마음의 병이었던 거예요.

Q. 상담을 통해 바뀐 것이 있다면.

의사표현력이요. 나를 표현하게 됐어요. 그동안은 상대가 내 이야기를 싫어할까봐 안 했는데 솔직한 만큼 좋은 피드백이 온다는 걸 알았어요. 솔직함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좋게 해요. 마음은 잘 털어놓는 게 좋아요. 그리고 자존감을 찾아가고 있어요. 내가 완벽하지 못해도 결국 나를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Q. 상담치료는 얼마나 더 이어나갈 계획인가요?

사실 보름 뒤 다시 미국으로 가요. 지금도 비상약을 받아서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는데, 힘들어도 안 먹으려고 해요. 한 번 먹으면 의존하게 될 것 같아서요.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공황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극복하는 건 나 자신이라고 했어요.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 즉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상담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고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만 생각하면 되는 것 같아요.


Q. 미국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지만은 않은데요.

호흡곤란이 발작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여전히 걱정은 돼요. 미국행은 제 선택이에요.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데, 저는 한국이 답답해요. 사람들의 시선과 밀집된 공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예요.

정말 친한 친구인데도 ‘나를 평가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옷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온종일 신경 쓰일 만큼. 미국에는 친구들이 거의 없으니까 일종의 도피이기도 해요. 시선이 없는 곳이니까요. 지금껏 남들 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경쟁심리 속에 살아왔으니 이제는 좀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Q.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저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걱정이 많은데, 집 앞 슈퍼에 갈 때도 민얼굴로는 못 나갈 만큼 외부 시선에 대한 의식이 강해요. 그래서 처음엔 이런 병원에 오는 것도 안 좋게 봤어요.

이런 곳은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와보니 그렇지 않았어요. 잃어버린 나를 찾게 해준 기회였어요. 나를 이해하니 저절로 자유가 오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두려움을 겪은 분이 계신다면 하루라도 빨리 와서 상담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막연히 부와 명성을 누리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찾아 나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 있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