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심장’ 울산이 흔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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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도 비켜갔던 부자 도시
低유가 -中공세에 油化-조선 휘청… “식당 하루 매출 60만 → 6만원 뚝”

9일 점심에도 손님은 없었다. 벌써 1년째다. 5년 전 60대인 A 씨(여)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동구) 정문 앞에 백반집을 연 뒤 잘나갈 때는 하루 매출이 60만∼70만 원 수준이었다. 여섯 식구가 이 가게를 터전으로 먹고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매출 6만∼7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월세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11월 대출받은 1000만 원도 이미 바닥이 났다.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몰려 있는 식당촌은 연일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19년 무분규’ 기록이 멈췄고, 그나마 교섭 7개월 반 만에 마련한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도 7일 부결됐기 때문이다. A 씨는 “회사 분위기가 안 좋으니 회식도 안 한다”고 했다.

울산 최대 번화가 남구 삼산동도 마찬가지다. 9일 오후 8시 30분. ‘불금(불타는 금요일)’인데 술집 거리엔 사람들이 10여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텅 빈 가게들도 더러 보였다. 삼산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B 씨(45·여)는 “여긴 외환위기도 비켜 갔던 곳인데 지금은 10년 전에 비해 일식집이 정확히 절반으로 줄었다”며 “작년 매출이 30% 넘게 줄어 9월부터 주방장과 주방부장을 내보내고 내가 직접 칼을 잡고 손님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의 심장인 울산 경제가 시들어 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 제조업체 공장이 밀집해 있어 불황을 몰랐던 곳이다.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6042만 원(2013년 기준). 2000년부터 줄곧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부자 도시다.

울산 경제가 휘청이게 된 것은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 자동차와 함께 울산 3대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조선 업황이 국제유가 하락 및 중국 성장 둔화와 저가 공세로 위기에 빠지면서 일감이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 재고 손실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3분기(1∼9월) 적자만 3조2272억 원에 달했다.

울산=강유현 yhkang@donga.com·최예나 기자
#제조업#울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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