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이하 스프링클러 안달아도 돼… 화재감지기 달랑 1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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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화재 취약 ‘도시형 주택’ 전국 33만채

11일 오후 2시경 서울 양천구 A아파트. 11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10일 오전 화재가 난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와 크기만 다를 뿐 구조와 주변 환경이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A아파트 1층에는 차량 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2∼7층에 주민이 살고 있었다. 11층 이상 건물에만 설치 의무가 규정된 탓에 스프링클러는 보이지 않았다.

7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화재감지기 1개가 설치돼 있었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은 3개. 왼쪽에는 7층짜리 아파트가, 뒤쪽에는 5층 빌라가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는 약 2m.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옆 건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 서초구 B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층은 주차장, 2∼7층은 주거용이고, 역시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근처엔 지하철 2호선 교대역 먹자골목이 있어 야간에는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다. 아파트 진입로의 폭은 3m 정도. 차량 1대만 주차해도 평균 차폭이 2.5m인 소방차는 아예 진입할 수가 없다.

두 아파트와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건축 붐이 일면서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화재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곳이 많다. 박두석 국민안전처 소방정책국장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관련해 스프링클러 설치와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 관련 소방법령을 강화하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은 화염이나 유독가스 확산 속도가 빠르고 탈출에 걸리는 대피 시간도 길다. 도시형 생활주택처럼 기본적인 방화시설조차 없으면 더욱 위험하다. 11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47.1%(2010년 기준)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사무용 고층 건물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치명적인 화재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화재 전문가들은 “아파트든 사무실이든 고층건물에 불이 났다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불길과 연기가 수직계단과 복도를 통해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우선 현관문의 손잡이를 살짝 잡아 뜨겁지 않다면 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살핀다. 연기가 적어 호흡이 가능하면 젖은 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린 뒤 낮은 자세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가야 하지만 힘들면 옥상으로 피신해야 한다. 고층 빌딩 중에는 대피층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30층마다, 50층 미만 고층 빌딩은 중간층에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미 불이 확산돼 유독가스가 복도에 자욱할 때다. 연기를 마시면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대피하면 안 된다. 젖은 옷이나 이불로 문틈을 막아 최대한 연기 유입을 막고, 창문도 닫는다. 커튼에도 물을 뿌려 열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아파트 베란다의 비상탈출구(얇은 칸막이)를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옷가지나 귀중품을 챙기려다 대피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시간 여유가 있는데 서두르다 화를 당할 수 있다”며 “미리 대피요령을 잘 기억한 뒤 화재 때 침착하고 냉철하게 행동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박성진 기자
#의정부#아파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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