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5년 150억 투자 신약 지원 나섰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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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兆 들여 10여년 개발해야 ‘희망’… 제약업계 “더 파격적 지원 아쉬워”

최근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최근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해 3년 내 글로벌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만 15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성과를 거둔다면 국내서 신약 개발이 더 활발해지고 환자들은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투자 규모가 너무 작으며, 좀 더 파격적인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예산이 소요된다. 개발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15년가량이다. 천문학적인 금액과 기간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그 파급 효과는 크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2013년 매출은 약 11조8000억 원이다. 전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이 넘는다. 연간 약 600조 원인 자동차산업이나 연간 약 400조 원인 반도체전자산업보다 시장 규모가 큰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아직은 취약한 국내 신약 개발을 위해서 정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의지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제약 강국 프랑스, 독일과 인접한 벨기에는 최근 제약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벨기에가 비교적 단기간에 신흥 강국으로 성장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 벨기에는 제약 분야의 R&D에 매년 약 2조133억 원(15억 유로)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벨기에 전체 R&D 투자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낮은 약값 정책도 신약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IMS의 조사에 따르면 2004∼2013년 전 세계 198개 신약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 약은 하나도 없다. 반면 국내 가격이 가장 낮은 품목은 147개로 74%나 됐다. 한국의 평균 신약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가격의 44% 수준이다.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20%가량 낮다.

정부는 최근 희귀 질환 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를 신설했다. 경제성 평가가 곤란한 희귀 질환 약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최저 약값’ 수준에서 경제성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제약업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서 약값을 정한다면 우리가 의약품을 개발해 수출할 때도 외국에서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신약을 개발하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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