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적자나도 취약층 보듬기 우선하는 ‘건강 등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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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22>서울시보라매병원

보라매병원은 환자 및 보호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건강 상담을 해 준다. 센터에 있는 건강 정보 책자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보라매병원은 환자 및 보호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건강 상담을 해 준다. 센터에 있는 건강 정보 책자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27년 동안 단 한번도 공공성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시의 대표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보라매병원은 매년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해마다 발생하는 적자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윤강섭 보라매병원 원장은 “취약 계층 진료비 감면 등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소위 ‘건강한 적자’가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며 “최소 비용으로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인간호병동

보라매병원은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환자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각종 시설에서 방치된 사람, 행려자 등을 돌봐 주는 ‘전인간호병동’은 32개 침상이 매일 꽉꽉 찬다. 간호사 11명, 보조 인력 4명 등 의료진 10여 명이 상주하며 이들을 돌보고 있다.

전인간호병동 환자들은 대부분 술, 담배를 많이 하고 위생 상태 등이 좋지 않은 편. 이 병동은 보라매병원을 이용하는 다른 환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일반 병동과 약간의 거리를 두었지만, 전인간호병동 환자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폐쇄형은 아니다. 박주현 전인간호병동 간호사는 “일부 환자가 의료진에게 협조를 잘 안 하고 난폭하게 구는 등 난감한 상황도 벌어지지만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10여 명으로 이루어진 공공의료사업단도 시립병원의 대표 봉사단이다. 이들은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강좌는 물론 각종 복지 정보, 보험, 재취업 등 다양한 상담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진료비를 내기 어려운 환자들은 국내 기업에서 기부한 사회공헌 기금으로 운영되는 ‘초기 진료비 지원 제도’ 혜택도 받고 있다.

○ 건강 상담 무료 서비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는 물론 병원을 찾는 일반 시민 모두가 병원의 주된 고객이다. 보라매병원은 2013년 9월 병원 본관 1층 그랜드피아노가 놓인 탁 트인 로비 한쪽에 건강증진정보센터를 마련했다.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은 모두 건강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방문객은 센터 앞에 비치된 금연, 식습관, 암 예방 등 각종 건강 관련 소책자 및 도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각종 질병에 대한 설명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센터 방문객은 하루 50∼60명. 구경주 보라매병원 건강증진병원팀 연구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담 간호사가 상주하므로 영양 관리, 운동 방법 등을 상담할 수 있다”며 “첫 금연 상담 시 패치 등 금연 보조제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화면 상의 3D아바타를 이용한 ‘가상현실 금연 치료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비가 20만 원가량 들지만 이곳에선 무료다. ‘수술 전 금연 중재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고 있다. 입원 전 환자들에게 금연을 약속하는 서명을 받고, 이를 어기면 10만 원의 범칙금을 철저히 매기고 있다.

윤 원장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병원을 찾는 모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환자와 지역 사회 시민들을 대상으로 질병 치료를 넘어선 다양한 ‘예방 활동’에 앞장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덕분에 2009년 국내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증제도인 ‘WHO 건강증진병원’에도 가입했다.

○ 공공의료기관이지만 의료 수준은 최상

보라매병원 진료비는 대형 대학병원의 약 52% 수준으로 저렴하다. 흔히 시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하면 의료 서비스 질이나 각종 설비 등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도 많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은 의료진도 대부분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수준급이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14개 항목 중 관상동맥우회술을 비롯해 위암, 대장암, 뇌중풍 등 12개 항목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 대학병원 전체를 포함한 의료기관 중 상위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 덕분에 하루 외래환자는 약 3500명, 입원 환자는 약 800명에 이른다. 윤 원장은 “대한민국의 대표 공공병원으로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앞장설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공의료기관의 표준이 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 선정위원 한마디, “시립병원 품격 높이는 의료사각지대 지킴이”

각종 시설에서 방치된 사람, 행려자 등을 돌봐 주는 보라매병원의 ‘전인간호병동’.
각종 시설에서 방치된 사람, 행려자 등을 돌봐 주는 보라매병원의 ‘전인간호병동’.
착한 병원 선정 위원들은 시립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은 물론 의료 서비스 수준도 높은 보라매병원에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위원들은 “보라매병원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며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병원 중 하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건강증진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무료 건강 상담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국민 건강에 좋은 제도라면 다른 병원에서도 이를 무료로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위한 배려 또한 인상 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도 “지불 능력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의료 혜택을 주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보라매병원은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며 “시립병원의 품격을 높인 보라매병원에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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