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은 말싸움 아닌 갈등해소의 소통 과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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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교수 신간 ‘아규멘테이션’

TV를 틀면 곳곳에서 토론이 벌어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수시로 설전이 일어난다. 그야말로 논쟁이 홍수처럼 넘치는 세상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사진)의 ‘아규멘테이션’(이화출판·사진)은 이 ‘논쟁’을 분석한 저서다. “아규멘테이션(argumentation)은 종종 ‘논쟁’으로 번역되는데 이를 진실을 추구하는 탐구의 과정이며 상호 이해에 바탕을 둔 비판적 사고의 도구로 조명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논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국내 문헌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은 수사학의 기원과 발전을 소개함으로써 수사학에서의 논쟁의 위치를 살핀 것이 눈에 띈다. 생산적인 논쟁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질문’(논쟁의 주제가 담긴 질문)의 역할, 청중과의 교감과 설득의 기본조건인 ‘전제’의 역할, 논쟁의 필수 구성요소인 ‘증거’ 등 논쟁의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부분은 논쟁이 감정이 아닌 이성에 바탕을 둔 것임을 일깨운다.

학술적인 접근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논쟁에서의 언어 사용의 중요성, 퍼블릭 스피치(3인 이상 모임에서 정보 전달이나 설득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스피치)의 방법, 디베이트(debate·이슈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쳐가는 것)에서의 반박과 방어 원칙 등 논쟁의 구체적인 방식도 실었다.

“상호 논박의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서로를 이해시키는 통로로 기능하며 더 큰 갈등을 방지해 관계를 존속시켜 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로 말을 하는 동안에는 주먹다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논쟁은 말싸움이 아니라 말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더 걸맞다.” 결국 논쟁은 목소리 큰 사람이 우월할 수 있는 다툼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설전의 매뉴얼을 담은 일반적인 실용서와는 구별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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