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오해가 부모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결국 실형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1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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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분실을 둘러싼 작은 오해가 부모들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두 가정에 상처만 남겼다. 2013년 12월 20일 오후 4시 전남 화순군 한 아파트 놀이터. A 군(8·초교 2년)과 B 군(10·초교 4년)은 모르는 사이였지만 함께 놀던 중 다툼을 벌였다. A 군은 말다툼 과정에서 입고 있던 시가 34만 원짜리 유명상표 점퍼를 벗어던지고 자리를 떴다. 이에 B 군은 A 군의 집을 몰라 버려진 점퍼를 인근 PC방에 갖다놓았다.

A 군의 아버지(36)는 아들이 점퍼를 빼앗긴 것으로 생각했다. 화가 났지만 B 군의 집을 몰랐다. 그는 아파트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고 학원을 수소문해 B 군이 다니는 학교를 알아냈다. A 군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점퍼 분실 나흘 뒤인 24일 오전 8시경 B 군이 재학하는 화순 C 초등학교 앞에서 승용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A 군의 아버지는 B 군을 발견하고 ‘왜 점퍼를 가져갔느냐’고 추궁하면서 승용차에 태웠다. 그는 경찰에서 “마침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지 않아 B 군을 태운 채 집에 가 아내를 태우고 왔다”며 “오가는 과정에서 30분 정도 소요됐지만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 군의 아버지는 24일 오전 8시 40분경 C 초교 앞으로 돌아와 B 군의 엄마(35)에게 전화를 걸었다. A 군의 아버지는 학교 앞에서 B 군 엄마를 만나 점퍼가 PC방에 그대로 보관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A 군의 아버지와 B 군의 엄마는 이틀 후인 26일 화순시내 한 커피숍에서 다시 만났다. B군의 엄마는 점퍼를 드라이해 A 군의 아버지에게 건네면서 “내 아들이 마음의 큰 상처를 받은 만큼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A 군의 아버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후 B 군의 엄마는 A 군의 아버지를 감금혐의로 고소했고 전남 화순경찰서는 그를 감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A 군의 엄마는 B 군의 엄마를 무고, 명예훼손, 절도 혐의로 고소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B 군은 충격으로 정신상담은 물론 4개월 간 미술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 군의 아버지는 1년 가까이 B 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김승휘 판사는 최근 A 군의 아버지에게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6개월이었다. 재판부는 “B 군을 강제로 태워 30분 정도 감금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A 군 아버지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의 행위가 훈계 목적이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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