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대학합격증 사진 올렸다… 나도 몰래 ‘등록 취소’ 됐다 ‘SOS’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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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예치금 갑자기 통장에 환불… 입학 취소된 사실 뒤늦게 알아
합격증 개인정보 도용당한 듯… 대학측 “선의의 피해 확인땐 구제”

페이스북에 자신의 대학 합격증 사진을 올렸다 자기도 모르게 대학 등록이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인증샷’(본인임을 인증하는 사진) 한 장이었다. 류모 양(19)은 지난해 12월 6일 자신이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에 2015학번으로 수시 합격했다는 인터넷 화면 캡처(사진)를 자신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류 양은 “목표했던 대학에 합격해 감회가 새롭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 감사의 글이 ‘인생 최대의 실수’였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류 양은 합격 후 학교에 등록 예치금 30만 원을 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고스란히 통장으로 되돌아왔고, 합격은 취소됐다. 류 양은 뒤늦게 학교 측에 “내가 환불 신청을 한 게 아니니 합격 취소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학 측은 류 양의 등록 취소 후 이미 추가 합격자 선발을 마친 상황이었다.

경찰은 SNS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류 양이 올린 인증샷에는 수험번호와 생년월일, 전형구분 등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었다. 그 정보만 이용해도 등록 예치 취소에 필요한 보안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다. 누군가 인증샷에 담긴 류 양의 개인정보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류 양의 계좌정보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검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인터넷 정보만으로 한 명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류 씨를 사칭한 누군가가 입시 대행업체에서 임시 비밀번호를 발급받아 건국대에 접속한 뒤 입학 의사가 없음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류 씨를 사칭한 한 학생이 입시 대행업체와 접촉해 류 씨의 비밀 임시번호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 예치금 업체 해킹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해킹 흔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류 양은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불가피한 사정이나 사고로 모집 정원 이상의 인원을 선발하더라도 그 다음 해의 선발 인원을 줄이면 문제가 없다”며 “본인의 의사가 아닌 외부 요인 때문에 불합격 처리됐다면 대학 자율로 구제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 측은 교육부 질의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류 양이 ‘선의의’ 피해자로 확인되면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SNS#페이스북#대학합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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