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에 대학졸업 강원래씨 특강… “진짜 장애는 꿈을 포기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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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좌절의 시간 보내다 더 힘든 장애인 만나며 정신차려
삶의 해피엔딩 마음먹기 달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 씨가 9일 서울문화예술대에서 특별강연을 하면서 그동안 역경을 딛고 이뤄온 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 씨가 9일 서울문화예술대에서 특별강연을 하면서 그동안 역경을 딛고 이뤄온 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꿈은 꿈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 꿈을 갖고 행복하게 살 건지, 아니면 꿈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살 건지는 여러분 선택입니다.”

9일 오후 2시 서울문화예술대 A동 아트홀. 재학생,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가수 강원래 씨(46)가 ‘다시 꾸는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강릉대를 중퇴한 지 24년 만인 2012년에 서울문화예술대 2학년으로 편입해 공부해왔다. 연예활동 중에도 틈틈이 온라인 수업을 들었고 학교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다음 달 졸업한다.

강 씨는 1996년 댄스그룹 ‘클론’으로 데뷔해 인기를 누리다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가 왔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사고 직후의 아픈 기억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 똥을 치우고 있는 간호사에게 손에 잡히는 걸 다 던졌어요.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니까 손을 묶어놨습니다. 입은 못 묶으니 입으로는 계속 욕을 했어요.”

간호사는 “어머, 연예인이 욕도 하네?”라며 놀렸다. 하지만 울분에 찬 강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의사에게도 거침없이 욕을 했다. 당시 의사는 “(큰 상처를 받으면) 부정, 분노, 좌절, 수용의 네 단계를 겪는데 (현재는) 분노의 단계”라며 “강원래 씨는 정상”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결국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한동안 실의에 빠져 사람들을 피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전신마비 등 수많은 장애인을 만났다. 강 씨 자신은 보고 듣고 말하고 휠체어도 끌 수 있었다. 절망에만 갇혀 온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이후 그는 꾸준한 재활과 심리치료를 받으며 재기에 성공해 연예활동을 재개했다. 장애예술인 공연단인 ‘꿍따리유랑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강 씨는 “‘강원래’라는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누구냐.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말 한마디도 소개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때 서울 강남으로 이사 온 뒤 ‘촌놈 콤플렉스’ 때문에 비뚤어진 길을 걸으며 공부는 뒷전으로 하던 때였다. 고교 때 만난 은사는 그런 그에게 “춤, 그림만큼은 우리 반에서 강원래가 최고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그와 친구들에게 꿀밤을 때리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날라리 녀석들아, 날라리가 적성에 맞으면 그걸로 먹고살면 돼. 그 대신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멋진 날라리가 되어라.”

강 씨는 자신이 인생에서 이룬 다섯 가지의 꿈으로 직업, 친구, 여자친구(아내 김송 씨), 교통사고 후 가수 활동에 복귀한 것, 그리고 지난해 6월 아들을 얻은 것을 꼽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강원래#장애#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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