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민간단체의 이런 주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땅굴 괴담’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땅굴을 탐지하는 군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땅굴처럼 땅속 공동(빈 공간)을 찾을 때 전파와 전기, 충격파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탐사하는 만큼 정부 당국이 모르는 대규모 땅굴의 존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술은 지질학자들이 탐사를 벌일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지질 조사 방법이다.
○ 땅굴 탐사엔 전파가 유리
땅굴을 찾을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음파 측정이다. 땅속에 녹음기를 묻어두고 땅굴을 파고 들어올 때 발생하는 소리를 녹음해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최근에는 전파를 활용하는 탐지법이 주로 사용된다.
전파는 대기 중에서는 수백 km 이상 멀리 뻗어나가지만 땅이나 물 속에서는 수십 m 수준으로 급격히 소멸된다. 하지만 화강암의 경우 최대 30m까지 전파가 전달된다. 전파의 이런 특성을 활용한 ‘시추공레이더탐사’가 땅굴 탐사에 가장 흔히 쓰인다.
시추공레이더탐사를 위해서는 땅에 깊이 30∼300m, 지름 7∼8cm 정도의 시추공을 20∼30m 간격으로 뚫는다. 한쪽 시추공에 전파 발생 장치(송신기)를 집어넣고, 옆 시추공에 전파 감지기(수신기)를 넣는다. 송신기에서 보낸 전파를 수신기가 받아 분석해 땅굴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전파는 40∼100메가헤르츠(MHz) 대역으로 휴대전화와 FM 라디오의 중간 정도다.
핵심은 전파의 속도다. 송신기와 수신기를 땅 위에서 바닥까지 20cm 간격으로 움직이면서 여러 차례 전파를 주고받는데, 이 사이에 땅굴처럼 빈 공간이 있는 경우 이 부근에서만 전파의 진행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다. 땅굴을 통과한 전파와 그렇지 않은 전파 사이에 시차가 생기는 것이다.
또 암석의 종류가 달라지면서 일부 전파는 통과하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반사됐다가 되돌아오기도 한다.
박삼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탐사개발연구실장은 “땅굴은 폭이 2m 이하로 좁은 편이지만 전파 분석으로 찾을 수 있다”면서 “비슷한 속도의 전파끼리 등고선처럼 서로 이으면 땅굴이 있는 부분은 확실히 둥글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현재 육군의 땅굴 탐사 결과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 싱크홀 찾을 땐 전기신호 보내
지난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싱크홀도 땅굴처럼 땅속에 있는 빈 공간이지만 탐사법은 전혀 다르다. 싱크홀 추적에는 전파 대신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전기비저항 탐사법이 사용된다.
싱크홀은 석회질 암석이 지하수에 녹아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긴 것이다. 시추공을 뚫는 과정까지는 땅굴 탐사와 동일하지만 전파 발생 장치 대신 전극을 넣어 옆의 시추공까지 800V 정도의 전기를 약 500밀리암페어(mA)로 흘려보낸다. 물에 젖은 땅이 전기가 더 잘 흐르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김창렬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추공 안에 5∼10m 간격으로 전극을 설치한 뒤 시추공 사이의 전류 흐름을 분석하면 된다”면서 “땅속에 빈 공간이 있어 싱크홀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는 전류 흐름이 잘 끊기고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이 방식으로 국내 대표적 싱크홀 지역인 전남 무안군 무안읍 인근을 7년간 조사해 싱크홀 위험지역을 5곳 이상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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