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언론사 테러]佛태생 무슬림 형제, 母國에 총 겨눠… ‘토종 테러범’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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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누구

프랑스 파리 언론사 총기 테러 범인들의 윤곽이 잡혔다. 용의자는 사이드 쿠아시(35), 셰리프 쿠아시(33), 하미드 무라드(19) 등 3명이다. 무라드는 자신의 이름이 트위터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7일 오후 11시경 경찰에 자수해 수감됐으나 쿠아시 형제는 도주했다. 이들의 국적이 모두 프랑스이고 피해자를 사살할 때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자국민에 의한 ‘홈그론 테러(homegrown terror)’라는 지적이 많다. 외부 이슬람 무장단체가 프랑스에 침투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국민이 자국민을 공격한 셈이다.

○ 피자 배달하던 평범한 프랑스 형제

AFP통신은 용의자 3명이 모두 가족 사이라고 보도했다. 무라드는 쿠아시 형제의 이부동생 또는 셰리프의 처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아시 형제는 파리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프랑스인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었고 피자 배달, 스포츠 강사 등을 하며 살았다. 간혹 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찾았지만 술 담배 연애를 즐기던 평범한 프랑스 청년들이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두 사람이 극단주의자로 변한 시점은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잔혹하게 학대한 사실이 알려진 2005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생 셰리프가 적극적이었다. 그는 미국에 맞서 이슬람 성전(지하드)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과 가깝게 지내며 극단주의에 심취했다. 2008년에는 이라크 내 반군에 가담할 무장대원을 보내는 일을 돕다 3년형을 선고받고 18개월간 복역했다. 선고 당시 법정에서도 “아부그라이브 학대 행위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무라드는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2시간 떨어진 소도시 랭스 출신으로 랭스 외곽 샤를빌메지에르 소재 고등학교를 다녔다.

시사잡지 르푸앵은 쿠아시 형제가 지난해 여름 시리아를 방문하고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 보도와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 3명의 용의자는 시리아 알카에다로부터 테러 훈련을 받고 돌아와 이번 사건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현장에서 “우리를 ‘예멘의 알카에다’라고 언론에 전하라”고 외쳤다. 괴한에게 협박당해 사무실 문을 열어준 만화가도 “범인들이 자신들을 알카에다 소속이라고 칭했다”고 전했다. 알카에다는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고무적 공격”이라 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테러범들이 예멘알카에다가 아니라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멘이 근거지인 AQAP는 2009년 1월 알카에다 예멘지부와 사우디지부의 통합 조직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AQAP가 발행하는 인터넷 잡지 ‘인스파이어’의 수배자 목록에 이번 공격으로 숨진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겸 만화가 스테판 샤르보니에 씨(47)가 포함됐다.

프랑스 경찰이 초비상 경계를 펴고 있고 있던 8일 오전 파리 남부 몽루주에서 경찰에게 총격을 가한 괴한도 테러범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8일 총격이 전날 테러와 관련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검은색 옷을 입은 괴한은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총을 쏠 정도로 대담한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났다.

○ 테러리스트는 이웃에 있다?

프랑스 국적자인 이 3명이 수도 파리 한복판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홈그론 테러를 저지른 점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연쇄 테러 등 최근 10년간 서구 사회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도 모두 이 홈그론 테러리스트의 소행이었다.

홈그론(homegrown)은 원래 집 ‘텃밭’에서 키운 먹거리를 뜻한다. 즉, 서방에서 태어나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소수 민족으로 겪는 문화적 소외감, 경제적 격차 등에 분노해 극단주의에 빠진 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대표적 예가 서구의 무슬림이다.

게다가 프랑스는 유럽 내 반(反)이슬람 정서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이 나라 무슬림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0%인 약 600만 명. AFP는 1200명 정도의 프랑스 국적자가 직간접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홈그론 테러가 두려운 이유는 웃고 인사하며 지내던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총부리를 겨누는 적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005년 10월 파리 외곽에서 무슬림들이 두 10대 이민자의 죽음에 항의하며 유혈 폭동을 일으켰는데 다른 유럽 국가에선 이런 대규모 시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민전선 등 반무슬림 정책을 외치는 극우정당의 득세로 프랑스의 인종차별이 다른 나라보다 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프랑스 언론사 테러#테러범#홈그론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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