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삐라·한미훈련 핑계로 남북대화 걷어찰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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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북(對北) 전단(삐라), 한미 연합훈련, 통일 논의를 비난하며 “남조선(한국)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각성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방위가 나섰지만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보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성명이 분명하다. 우리 측 대응에 따라 대화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힌 것이다. 우리 측 통일준비위원회의 대화 제의와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한 김정은의 신년사에 이어 남북이 핑퐁 하듯 상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부당한 전제조건을 수용한다면 설사 남북 대화가 성사된다 해도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이 제시한 전제조건은 한국 정부의 일방적 후퇴를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 남북이 만나 어떤 의제든 논의하자는 남한의 제의에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며 몽니를 부리는 북한에 과연 대화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2월과 3월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으로 대한민국 방위와 한미 연합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소형화가 실전 배치 직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의 핵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 김정은이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남북 관계 경색 속에서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늘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흡수통일 시도와 거리가 멀다.

북한은 대북 전단과 관련해 남한에서 분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조금 더 밀어붙이면 자기들 뜻대로 되리라는 착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에 자유의 소식을 전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다. 정부가 전단 살포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다 해도, 대화 재개에 급급해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남북 대화는 무엇보다 김정은의 북한과 북한 주민들의 안정을 위해서도 이득이 될 수 있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북이 뒤엎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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