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립스틱 명동! 화장품매장 8년새 5배로 늘어 134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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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가 바꾼 상권

여기도 저기도 화장품 간판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화장품 매장 수가 8년 만에 5배로 늘어났다. 6일 오후 명동예술극장 근처 화장품 거리를 관광객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기도 저기도 화장품 간판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화장품 매장 수가 8년 만에 5배로 늘어났다. 6일 오후 명동예술극장 근처 화장품 거리를 관광객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다. 6일 오후 이곳에는 20명 남짓한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들이 모여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월 임대료가 2억5000만 원에 달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전 지점 가운데 최고 효자 매장이 됐다. 중국동포 출신 직원인 이화 씨(28)는 “한국 연예인을 동경해 한국 화장품을 찾았다가 재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일일 방문객 수는 평일 3000명, 주말 5000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80%다. 필요한 품목만 1, 2개 사는 내국인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은 선물을 하거나 오래 두고 쓰기 위해 상자(1상자 12개) 단위로 구매한다. 2층에는 외국인 전용 매장이 있고, 직원 30명 가운데 22명은 중국어가 가능하다.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의 화장법을 따로 설명해주는 등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 명동 화장품 매장 8년간 5배로

2007년 명동 화장품 매장 수는 27곳이었다. 중저가 화장품으로는 명동의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7년 일본 방송에서 한국 비비크림이 소개된 후 ‘화장품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화장품 매장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009년 74곳, 2013년 108곳으로 급증했고 2015년 1월 현재 134곳이다.

을지로입구역에서 명동성당까지 이르는 명동길에만 화장품 매장 25곳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불경기에도 땅값 비싼 명동에서 버틸 수 있는 업종은 화장품 가게뿐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평가다.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하는 마스크팩만 모아서 파는 매장도 등장했다. 올마스크스토리 직원 한모 씨(30)는 “한국 마스크팩은 유해물질이 없고 피부가 좋아진다는 믿음이 있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올마스크스토리는 명동 내 매장을 5곳까지 늘리면서 성장하고 있다.

○ 명동의 ‘다양성’ 되살려야

명동이 속한 서울 중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화장품 소매업 매출액이 1위다. 중구 화장품 소매업 매출의 60.1%(1781억4900만 원)가 명동에서 발생한다(2011년 사업체 기초통계조사). 가로수길 등 강남의 핫플레이스에 밀려 활기를 잃어가던 명동이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하지만 명동 상인들에겐 반갑지만은 않다. 과거 명동은 의류 잡화 화장품 등이 고루 모여 있고 ‘옷 좀 입는다’는 패션리더들이 찾던 곳이었다. 반면 현재는 화장품과 중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다양성이 부족해지고 외풍에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국장은 “자칫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기라도 하면 명동 거리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올해부터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명동 상권의 기반을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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