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무리한 요구… 또 불거진 ‘勞治’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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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인사권까지 개입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앞두고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직 통합, 경영진 교체 등을 빌미로 한 금융권 노조의 무리한 요구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사 합의가 없어도 하나-외환은행 합병승인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최근 금융당국이 태도를 바꾼 데에는 이렇게 매번 어깃장을 놓으며 판을 깨는 노조에 대한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노사 협상을 이어나가되 이르면 다음 주 금융당국에 합병인가신청서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합병기일(3월 1일)과 그 전 주주총회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도 안 된다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신청서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둘러싼 노사 간의 협상은 처음에 노조 측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 통합을 선언한 지난해 7월 이후 금융위원회는 여러 차례 “노사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어떻게든 노조를 달래고 설득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노조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말을 고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에 합의해 주는 조건으로 추가요구안들을 내놓으면서 노조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었다. 결정적으로 합의서 최종 사인을 앞두고 노조가 무기계약직의 전원 정규직 전환과 자동 승진, 급여 인상까지 요구하면서 노사 협상은 파국으로 흘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노조가 통합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 월권 등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노치(勞治)’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0월 KB금융 회장 선출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낙선 운동을 폈다. 노조가 근로자 이익을 대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자(CEO) 인선 과정에까지 개입한 것이다. 윤종규 현 회장이 회장 후보로 추대된 직후에는 국민은행장 집무실 앞을 점거하며 정보유출 파문 당시 야근을 한 것에 대한 ‘특별수당’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이 공식 취임하기도 전에 점거 농성을 한 것은 일종의 ‘길들이기’”라고 꼬집었다.

또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경영권 매각 입찰 당시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를 끝까지 반대했다. 이는 결국 교보생명이 입찰에 불참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에서는 노조가 고용이나 임금 인상 문제를 넘어 경영 활동과 CEO 인선 문제에까지 관여하고 있다”며 “노조의 이런 무리한 요구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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