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자체 도심 하천 개발 ‘청계천 따라하기’ 자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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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 “자연성 훼손” 비판
“하류물 퍼올려 흘리는 ‘역펌핑’… 콘크리트 어항 만들기에 불과”
年 수억원 전기-수도료도 부담

도림천. 관악구 제공
도림천. 관악구 제공
평소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말라 있던 건천(乾川)인 서울 남부 ‘도림천’에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한 건 2010년. 물이 흐르자 피라미 갈겨니 등 물고기가 돌아왔다. 이들을 잡아먹는 쇠백로 왜가리 같은 물새들도 다시 날아들었다. 무엇보다 마른 하천 바닥에서 나는 악취에 코를 막아야 했던 도림천 근처 주민들의 삶이 바뀌었다. 도림천 복원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였다.

그렇다면 마른 도림천에 흐르는 물 3만 t은 어디서 왔을까. 이 물은 서울 성산대교 부근에서 펌프로 끌어올려 도림천 상류인 서울 신림동까지 가져와 흘려보낸 하천유지용수다. 하천의 기본 유량을 유지하기 위한 물을 퍼 올려 하류에서 상류로 보내는 ‘역펌핑 방식’이 활용된 것. 2005년 청계천 복원 때도 같은 방식이 이용됐다.

이 때문에 도림천 복원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진정한 생태하천 복원이 아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물을 공급해 만든 ‘콘크리트 어항’에 불과하다는 것. 논란이 계속되자 관악구는 지난해 1월 도림천의 ‘자연성 회복’ 추진을 선언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계곡수 유입 사업’에 착수했다.

4억6000만 원을 투입해 근처 관악산 계곡물 1500t가량을 도림천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과 환경전문가들은 도심 하천 복원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확히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도림천이 자연성을 되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류 3개 지점 중 2곳(삼성동, 서울대 자하연 일대)의 물길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끊어진 물길을 연결하면 되지만 이곳에 캠퍼스가 있는 서울대와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아직 공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도림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7일 서울시의 ‘생태하천 유지용수 현황’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서울시가 복원을 마치거나 진행하고 있는 19개 하천 가운데 도림천 등 15개 하천에 역펌핑 방식이 활용됐다. 가장 많은 물을 끌어온 곳은 노원구를 흐르는 당현천으로, 매일 4만4000t의 유지용수가 필요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관악구는 연간 전기요금 1억 원과 수도요금 1억6000만 원을 지출한다. 또 한강 본류가 오염되면 물을 끌어 쓰는 하천 수질도 함께 더럽혀질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하천 복원 때 ‘혼합 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미 개발이 이뤄진 도시 특징을 감안해 ‘역펌핑’으로 한강 등에서 용수를 끌어오고 여기에 기존 수원(水源)을 이용해 자연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당장 물이 부족한 하천 복원은 역펌핑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앞으로는 충분한 사전 검토를 통해 최대한 자연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청계천#따라하기#환경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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