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척 용납안돼”… 독일의 지성 ‘反이슬람’ 꾸짖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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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인사 80명 ‘관용’ 메시지… 차별반대 시위 2만여명 동참

극우파들의 이슬람 배척 시위가 확산되자 독일의 ‘양심’들이 관용을 호소하고 나섰다. 다양한 이민자를 받아들여 유럽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다문화 국가에서 특정 문화를 배척하는 반지성적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호소다.

독일 일간 빌트지는 6일자 1∼3면에 ‘페기다(PEGIDA)에 노(NO)를!’이란 제목과 함께 반이슬람 시위에 반대하는 저명인사 80명의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페기다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의 약자로 지난해 10월부터 독일 내 반이슬람주의 집회를 주도해 온 단체다.

빌트에 소개된 사람들은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비롯해 재무장관 국방장관 등 현직 장관, 축구감독, 예술가, 운동선수, 배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망라됐다.

97세의 슈미트 전 총리는 “페기다의 시위는 멍청한 편견과 외국인 혐오증, 불관용에 기초하고 있다”며 “독일의 역사와 경제학적 관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난민과 망명자를 내쫓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71세의 슈뢰더 전 총리도 “양식 있는 시민들이 외국인 혐오에 맞서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누엘라 슈베지크 가족장관은 “우리에게 온 무슬림은 잔인한 이슬람국가(IS)와 테러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라며 “인종주의와 증오가 우리 땅에 발붙이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배우 미하엘 그비스데크 씨는 “무섭다”는 표현을 쓰며 “도대체 독일이 왜 다시 표류하는 걸까? 페기다 시위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다”고 했다. 종교인들도 나섰다. 라이너 마리아 뵐키 쾰른 대주교는 “우리는 반이슬람주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의 믿음은 ‘열린사회’가 가진 다양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했다.

페기다는 지난해 10월 드레스덴에 본부를 세운 뒤 매주 월요일마다 반이슬람주의 집회를 열고 있다. 과거 동독의 민주화 시위가 월요일에 열린 것을 본뜬 것이다. 수백 명으로 시작한 이 시위는 참가자가 계속 늘어 5일 1만8000명이 모였다.

페기다가 새해 첫 시위를 열기로 한 5일 각 도시에선 페기다 반대 시위에 약 2만2000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이들은 “다양성을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페기다의 행진을 가로막았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극우파#이슬람#배척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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