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겠습니다” 경리팀장의 돌연 사표, 이유는 11억 증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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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일 그만두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작은 가정용 공구 제조업체 A사의 경리팀장 김모 씨(47)가 돌연 사표를 냈다. 10년 간 중소기업의 살림을 책임져 온 김 씨가 갑자기 퇴사하려하자 회사는 당황했다. 조용한 성격에 사고 친 적도 없었다. 후임자 인수인계도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들은 찜찜한 기분에 회계장부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김 씨가 5년 동안 회삿돈 11억4000만 원을 챙긴 사실을 알아냈다.

김 씨는 생산직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 씨는 직원들의 실제 수령액보다 20~30% 많은 금액을 회사에 신청해 받아내고, 차액을 빼돌려 챙겼다. 처음 범죄를 저지른 2010년 1월에 챙긴 돈은 몇십 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담해졌다. 직원들이 낸 국민연금 보험료를 빼돌리기도 했고, 거래처에 보내야 할 대금을 자기 명의의 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그렇게 횡령한 돈은 매주 주말 과천 경마장과 서울 시내 화상 경마장에서 탕진했다. 돈 빼돌린 사실을 들킬까 두려운 마음에 두 달간 잠적했으나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횡령)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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