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한국 보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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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년 영국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제임스 스미스슨은 과학자로 활동하다 1829년 이탈리아에서 타계했다. 미국에 가본 적도 없던 그가 조국 대신 미국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이유는 미스터리다. 인류의 지식 증진과 보급에 기여하는 재단을 설립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미국 정부에 10만 파운드의 금화를 전달했다. 1846년 스미스소니언 협회가 설립된 이래 워싱턴과 뉴욕에 19개 박물관과 9개 연구센터의 집합체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들어섰다. 지구촌 최대 규모다.

▷스미스소니언 소속의 프리어, 새클러 갤러리는 아시아 미술의 보물 창고로 알려져 있다. 동양미술 수집가였던 찰스 랭 프리어(1843∼1919)와 아서 M 새클러가 각기 컬렉션을 기증하면서 문을 열었다. 특히 디트로이트 출신 사업가 프리어는 남보다 앞서 한국 도자기의 진면목을 발견한 수집가였다. 한국 땅을 밟은 적은 없어도 1890년대 일본을 왕래하면서 우리 도자기를 접했다. 고려청자와 조선사발의 단아한 자태, 그윽한 빛에 반해 말년에만 500여 점의 한국 유물을 수집했다.

▷이 갤러리가 그동안 대중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아시아 유물과 작품 4만691점을 인터넷(www.asia.si.edu)에 올렸다. 이 중 도자기 고려불화 수묵화 등 한국 유물은 781점에 이른다. 이날 공개된 자료를 살펴본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새로 공개된 것은 231점”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열린 셈이다.

▷수장고에서 긴 잠에 빠져있던 한국 유물이 온라인상으로 햇빛을 보게 된 것은 스미스소니언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온 디지털화 프로젝트 덕이다. 이번 작업에만 소장품 분류와 사진 찍는 일부터 작품 설명까지 전문가 54명이 참가해 총 1만여 시간을 투입했다. 누구나 어디서나 자유롭게 유물을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화 작업은 ‘예술의 민주화’로 불린다. 한민족의 혼과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고향을 떠난 것은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세계인들과 한국의 미를 공유하는 길이 열린 것이 다행스럽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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