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게 죄인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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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 팬에 달려들려 한 하승진 등
장신 선수들 별종취급에 피해의식

1일 삼성과의 경기 중 리오 라이온스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진 뒤 응급 처치를 한 KCC하승진. KBL 제공
1일 삼성과의 경기 중 리오 라이온스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진 뒤 응급 처치를 한 KCC하승진. KBL 제공
국내 프로농구 최장신(221cm) 선수인 KCC 하승진(30)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농구에 굶주렸고 배고팠다. 그래서 이번 시즌 농구를 맛있게 먹어보겠다”고 말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하는 동안 20kg 가까이 살을 빼면서 의욕을 보였던 그였다.

하지만 하승진은 복귀 무대였던 이번 시즌 수난의 연속이다. 부상에 허덕이다 새해 첫날 경기 중 상대 선수가 휘두른 팔꿈치에 얻어맞아 코뼈까지 부러졌다. 게다가 이날 자신을 조롱하는 발언을 한 관중에게 달려들려 해 물의를 빚었다.

2일 코뼈를 바로잡는 시술을 받은 하승진은 링거 신세를 지다 5일 처음 식사를 했다. KCC 최형길 단장은 “코에 고정용 심을 박았는데 통증이 심하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 2주 이상 쉬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하승진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데는 평소 자신을 향한 일부 극성스러운 팬들의 지나친 비난에 대한 피해의식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승진의 한 측근은 “아버지와 누나가 모두 200cm가 넘어 거인 가족으로 불린 승진이는 어려서부터 주위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일부 팬들이 잦은 부상에 대해 식물인간, 꾀병 등으로 비아냥거린 데 대한 상처도 심했다”고 전했다. 하승진과 같은 장신 선수들은 비슷한 애환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급 센터’였던 서장훈(207cm)도 평소 “별종처럼 안 봤으면 좋겠다. 육상 선수도 아닌데 늘 비교 대상이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었다. 장신 센터였던 한기범(207cm)도 키를 잴 때 작게 나오게 하려고 애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KBL, 하승진에게 견책 징계

한편 한국농구연맹(KBL)은 6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팬과 실랑이를 벌인 하승진에 대해 견책 조치를 내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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